[성경으로 돌아가자―한국의 성경⑦] 관주성경 어떻게 해석하나
요즘 가로쓰기 성경은 관주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글씨가 작은 데다 해독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성경검색 기능의 발달과 다양한 주석서의 출시도 관주가 성경에서 사라지는 데 한몫 했다. 일반적으로 관주는 본문 상단 여백에 위치했다. 분량이 많을 때는 좌우 여백까지 사용되기도 했으며 경우에 따라 본문 안쪽을 비집고 들어온 것도 있다. 색인은 ㄱ∼ㅎ, ㅏ∼ㅐ까지 25개가 쓰였다. 시편 제목에는 +, ×표시가 붙기도 했는데 각 편의 제목에 나오는 인명, 지명, 사건 배경을 설명하는 관련 구절에 사용됐다.
각 관주에는 '보, 비, 인, 기타'가 붙어 있는데 '보'는 보라, '비'는 비교, '인'은 인증, '기타'는 보나 비, 인에 속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마 1:23)의 관주는 '인 사 7:14'로 표시돼 있다. 이것은 이사야 7장14절에서 인용했다는 뜻이다. 이 구절만 보더라도 구약과 신약의 완전 연결성, 성취성을 추정할 수 있다. 또 "동산나무 사이에 숨은지라"(창 3:8)는 '비 시 139:1∼12, 렘 23:23, 24'로 되어 있다. 시편과 예레미야 성구를 비교해서 보라는 말이다. 이것은 평행 구절이나 유사주제, 개념을 비교시킬 뿐만 아니라 대조가 되는 사상이나 개념도 비교시켜 보여준다. 창세기 5장1절은 관주가 '보 창 1:26, 27'로 기록되어 있는데, 지칭하는 성경말씀을 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창세기 1장 해당구절에는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실 때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그 모양대로 지으셨다는 최초의 언급이 나온다.
관주성경에서 장절 표시는 한문 숫자를 사용했다. 장과 절 사이에는 'O'표시를 해서 구분했다. 일례로 창세기 3장1절은 '창 三O一'이다. '甘'(감)은 숫자 20, '?'(삽)은 30을 의미한다. 여기에 따라 열왕기상 13장34절은 '왕상 十三O?四', 레위기 29장12절은 '레 甘九O十二'로 표기됐다. 한 번 인용된 책이 같은 관주 안에서 계속 인용될 때는 해당 책이름을 생략하고 대신 쌍점(‥)을 넣었다.
이렇듯 관주는 구약과 신약의 계통과 질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성경 전체를 입체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재검토와 개정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점차 성도들의 손에서 멀어지고 있다.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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