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종교 현실참여 논란

입력 2008. 7. 2. 18:17 수정 2008. 7. 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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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시국기도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시국법회 등 종교계의 잇단 시국 관련 집회가 예고되면서 종교의 현실 참여라는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고있다.

일단 종교계의 촛불집회 참여가 시위대나 진압 경찰에 모두 폭력 자제를 당부하고 비폭력 평화를 강조하며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뚜렷한 반대의 목소리는 나오지는 않는 상황이다.

천주교의 경우 대외 활동이 사제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개신교 쪽은 보수 교단 측에서 관망하자는 입장을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예고된 종교계의 시국 집회는 각 종교 내에서 큰 논란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시국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에는 보수성향을 가진 신도들의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집회 개최를 자제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고 이들 종교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종교계 시국집회의 물꼬를 튼 정의구현사제단과 관련된 인터넷 기사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찬성 의견 못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시국 미사를 올린 첫 날에 신부들의 행동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신자들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고 이후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의구현사제단이 교계 전체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독교 단체 관계자도 3일 시국기도회 개최 계획과 관련, "어제 하루종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면서 "보수적 성향을 가진 나이 많은 여신도인 '권사'와 남자 신도인 '장로'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들의 전화가 유독 많았다"고 말했다.

불교계의 경우 반대 목소리가 다른 종교에 비해 다소 잠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토해양부가 제공하는 인터넷 지리정보 시스템에 사찰 위치가 빠지는 등 불교와 관련한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스님과 신자들의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추정을 낳고 있다.

이억주 예원교회 목사이자 칼빈대 교수는 "종교의 현실 참여는 해묵은 논란으로 참여의 시점과 정당성을 잘 살펴야 한다. 무분별하게 현실에 참여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한 후 "지금은 유신독재의 70년대도, 군사독재의 80년대도 아니며 거리에 나선 종교인들이 그들의 종교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종교든 정치든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는 똑같다"면서 "좀 더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도 문제 해법의 하나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 개최 등은 적시에 이뤄진 것이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권진관 성공회대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뜻을 저버릴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고 경찰과 시위대의 폭력적 행동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를 수 있어 지금이야말로 종교계가 나서야 할 때"라면서 "종교계가 비폭력성을 강조하며 시위에 가세한 것은 생명과 건강권 수호를 주장하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종교계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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