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은 편협한 생각의 틀을 깨는 혜안의 지혜를 알려줘

이건재 2016. 1. 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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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 서울대 방원일 박사 대담..종교는 인간의 궁극적 물음에 대한 답

종교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방원일 박사

젊은 층이 종교를 멀리하고 있다. 불교 유력 종단은 출가 희망자가 줄어 50세 이하로 규정한 출가 연령 상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 교회도 모태 신앙자 중심으로 변하면서 전도가 되지 않고 있으며 캠퍼스에서도 종교는 학생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강사인 방원일(43) 박사를 통해 종교학에 대한 얘기를 들어 본다. <편집자 주>

 - 종교학을 공부하게 된 동기와 전공 분야는 

원래 종교학은 ‘인간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한 학문이기 때문에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인문학 공부를 하다 다다른 분야다. 대학원 진학 후 현대 한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근대 기독교 수용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 관심이 이어져 ‘선교사들의 한국 종교 이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독교를 연구하는 분들은 신앙적 배경이 대부분 기독교인데 나는 종교적 배경이 없다.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기독교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별종에 속하지만 편견이 없다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

학문적 관심을 포괄적으로 표현하자면 종교문화에서 ‘만남’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타자와의 만남의 문제는 중요한 철학적 주제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종교의 역사에서, 그리고 종교학의 역사에서 핵심을 이루는 주제다. 이와 관련해서 종교끼리의 만남(혼합현상), 종교를 선교하는 사람들이 겪는 만남(선교사의 타종교 이해), 새로운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등에 관심을 갖고 두루 공부하고 있다.

- 종교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

학생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특정한 집단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게 되는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종교는 공동체에 의해 전승된,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상징체계다. 수업에서 가장 노력하는 것이 종교와의 거리감을 줄이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알 수 없는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것이라면 내게 낯선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인간 활동의 하나로서 이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주로 교양과목으로서의 종교를 강의했다. 5~6년 전만 해도 기독교 신앙을 하는 학생들이 강의를 들었지만 지금은 종교에 반감이 있는 학생들이 수강을 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를 읽고 종교에 회의적인 학생들이 듣는다. 이들에게는 영화를 통해서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종교와 관련된 영화를 30분 정도 보여 주고 그 영화에 나오는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학생들이 빨리 이해하고 편협했던 자신의 상식을 교정한다. 영화는 편견을 비교적 짧은 시간 내 깨준다.

학생들은 무당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고 생각도 못했던 존재로 막연히 미신이고 사기꾼이 하는 짓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만신이란 영화를 보고 설명을 깃들이면 긴 세월 우리 삶과 같이해 온 민간신앙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한다.

한 학기가 끝나면 생각의 범위가 확장된다. 종교를 배척하던 자세에서 종교를 다시 생각해 보는 입장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학에서는 최소한 교양과목만이라도 종교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도 교육한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필수 지식인데 한국에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 종교만이라도 교육 과목에 넣었으면 한다. 보수적이고 외골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종교적 충돌과 극단적 이념에 매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한국 기독교의 급속한 성장과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답은 없다. 신학교에서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교육하지만 종교학자로서는 사회적·정치적 측면에서 다룬다. 조선시대 선교사 알렌이 민씨 가문의 실력자 민영환을 치료하면서 서양 의술이 위력을 발휘하고 조선정부가 인정하면서부터 토착화가 시작됐다. 특히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조선 사람이 버림받던 시절, 선교사들은 교회에 십자가를 세웠다. 그 십자가가 있는 곳은 외교적 마찰을 꺼려한 외국인이나 조선 정부가 간섭을 안 해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 됐고, 없는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이는 기독교의 파워가 됐고, 교세가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기독교인은 약 1% 정도다. 우리나라도 해방 당시에는 1% 정도였다. 기독교는 산업화시기인 70~80년도에 급격한 성장을 했다. 먹고살 것을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다. 교회는 고향의 뿌리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가난과 아픔을 감싸주는 안식처의 역할을 했고 한국 경제와 함께 급성장했다.

교회에서는 기독교의 폭발적 성장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받아들였고, 목회의 성공은 교회의 대형화에서 찾으려 했다. 물량주의, 교회의 대형화는 상대적으로 많은 문제를 노출시키며 ‘교회와 종교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기독교 신앙인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누구나 인지하고 있듯이 현재 기독교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그 대안으로 작은 교회 운동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강화도 성공회 강화성당 답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둘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방원일 박사)

- 성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미국 유학 시절, 애리조나 메사라는 도시에 위치한 몰몬교 성전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정통성 시비를 거는 단체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주류 종교다. 그곳에서 느낀 점은 신자들이 성실하고 근면 검소하다는 것이다. 그곳을 통해서 문화적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 학자로서 이단 시비를 어떻게 보는지 

이단은 교단 ‘내부’의 개념이다. 장로교단에서 어떠한 집단을 이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장로교단이 추구하는 기독교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이단을 규정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교단 외부에서, 사회적으로는 ‘이단’이 의미가 있을 수 없다. 공동체 차원에서 규정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이단이 ‘객관적 지식’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상황은 우려가 된다. 학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님은 물론이다. 몰몬교의 경우, 한국에서는 이단이란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낼 정도로 주류 종교 중의 하나다.

- IS에 의한 테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9·11 테러 이후 미국사회에서 이슬람 혐오현상이 번져 나갔다. 수업 시간에 인도 영화 ‘내 이름은 칸’이란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이슬람=테러’라는 단순한 도식화의 위험을 강조하고, 다수의 무슬림들은 극단주의가 아님을 설명했다. 테러는 서구의 역사적 관점에서 책임이 있는 문제며 이슬람에서도 무고한 피해자를 낳는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최근의 사건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IS에 의한 테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테러의 책임은 이슬람에도 있으며, 테러를 근절하는 적극적인 신학을 내놓고 노력하지 못한다면 이슬람도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고, 이는 곧 이슬람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슬람 지도자도 강력한 울림이 있는 대답을 해야 한다. 테러를 감행하는 무슬림에 대해 그들은 종파가 아닌 정파로서 정치적 문제라고만 답한다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IS를 제압할 수 있는 이슬람 신학이 나와야 한다.

- ‘종교학 벌레’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2003년 미국 유학시절, 한국어로 소통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다중과 소통하고자 시작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종교에 대한 지식은 많아졌지만 파편적인 지식만 떠돌아다니고 있다. 제대로 된 종교에 관한 지식이 정리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차근차근 올리다보니 조금씩 쌓이기 시작해 학기 초에는 방문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의외로 종교학을 연구하는 사람 중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 논문을 써도 읽는 사람은 소수다. 블로그를 통해서는 손쉽게 방문해 자료를 읽는 것 같다. 인터넷 세상에서 종교학의 목소리를 내고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유통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방원일 박사는 서울대 종교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종교학 석사 과정을 수학했으며 서울대에서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 한국 종교 이해’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서울대 종교학과 강사로 세계종교, 한국기독교, 원시종교, 종교와 영화, 종교의례 등을 강의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자리잡기 : 의례 내의 이론을 찾아서’, ‘진짜 예수는 일어나 주시겠습니까’, ‘자연 상징 : 우주론 탐구’ 등이 있다. 아울러 ‘혼합현상을 이론화하기 : 한국 개신교 의례의 정착과정을 중심으로’등 1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이사로 대학 강의 및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정영찬 기자 jknewsk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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