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통령이 교황에게 선물한 '공산주의 십자가' 논란

2015. 7. 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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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한 낫과 망치 모양의 십자가가 논란을 빚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라파스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공식 환영 행사에서 예수가 낫과 망치에 못 박혀있는 형상의 나무 십자가를 선물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십자가의 유래에 관한 설명을 하자 이를 유심히 듣고 십자가를 받은 교황은 잠시 십자가를 들고 바라보다 볼리비아 정부 보좌진에게 다시 건넸다.

농민과 노동자를 뜻하는 낫과 망치는 공산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되는데다 사회주의자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한때 교회에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보수적인 가톨릭계에서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이런 십자가를 선물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보스턴 컬리지의 신학자 제임스 브레츠케는 교회법에 어떤 성물이 신성모독인지를 정한 조항은 없지만, 모랄레스는 십자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십자가는 1980년 볼리비아 군부에 의해 살해된 예수회 소속 사제 루이스 에스피날이 디자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볼리비아에 도착한 날 에스피날 신부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자동차 행렬을 세우고 기도하기도 했다.

교황은 그 십자가를 받았을 때 에스피날 신부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예상치 못한 선물에 놀란 것은 사실이라고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9일 말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에스피날 신부는 그 십자가를 열린 대화의 상징으로 디자인했고, 그는 볼리비아의 자유와 진보를 위해 헌신했다"며 특정한 이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도 개인적으로 불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교황이 당시 "좋은 선물은 아니군요"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롬바르디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교황이 "몰랐다"고 말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리비아 정부도 이 선물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마리아넬라 파코 정보부 장관은 라디오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가난한 자들의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농민과 노동자를 뜻하는) 선물의 의도를 알아차릴 것으로 생각했다며 "에스피날이 만든 작품에 대한 큰 애정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스피날 신부의 친구이자 예수회 소속인 사비에르 알보 신부는 에스피날 신부가 십자가를 제작한 의도는 교회와 마르크스주의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공산주의의 가장 강력한 상징인 낫과 망치를 결합해 십자가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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