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송민섭 2015. 5. 2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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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선한 일을 행하려 노력한 좋은 사람(good guy)'으로 기억해주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밝힌 유일한 바람이다. 교황은 2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일간 '라 보즈 델 푸에블로'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후 어떤 교황으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며 "이것 외에 바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교황이 밝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가난한 사람과 늘 함께 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 삶과 정신은 다른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다"며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 또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신부가 됐고, 한 번도 사람들을 잃은 적이 없다는 점에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왜 하필이면 가난한 사람들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교황은 "가난이 복음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께선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이땅에 오셨다"며 "가난을 빼놓고는 복음의 어떠한 것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최악의 문제로 빈곤과 부패, 인신매매를 꼽았다. 더불어 현대인이 애완동물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것도 경계했다. 교황은 "최근에 사람들이 음식과 의복, 약 다음으로 돈을 많이 쓰는 데가 화장품, 애완동물이라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교황은 애완동물을 돌보는 것이 사랑을 프로그래밍화하는 '거래'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나 고양이를 통해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랑을 이끌어낼 수 있는데 어느 누가 사람 간 사랑처럼 복잡하고 상호적인 경험을 겪으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안팎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유례없는 상찬에 대해 "부끄럽다"면서도 "직설 화법과 실생활 속 비유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교황으로 즉위한 뒤 아쉬운 점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한가로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마음대로 피자가게에 들러 맛있는 피자를 사먹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후안 베레타 기자가 '피자를 배달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농을 건네자 "단언컨대 피자를 직접 사먹는 것과 배달시키는 것은 절대 같지 않다"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교황은 "하지만 전반적으로 교황이란 직업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며 "나는 충분히 이 역할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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