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조계종, 왜 그리 시끄럽나⑪ 송담 스님의 세 마리 원숭이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불교의 자성과 쇄신' <14>
한 신도는 조계종단 내에서 선종의 인가를 받았으면서 묵묵히 수좌로서의 길을 가는 유일한 분이 송담 큰 스님이라고 한다. 전강 스님의 제자인 송담 스님이 사는 곳은 인천 용화선원이다. 선원 법보전 계단에는 세 마리의 원숭이가 있다. 귀를 막거나 눈을 막거나 입을 막은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돌로 된 세 원숭이가 계단 위에 앉아있다. 송담 스님은 평소에 "원장 스님은 평소에 수행자는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듣지 못한 척, 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아야 공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1999년 하안거 해제 때 송담 스님은 "석 달 90일 동안 원숭이 목에 끈을 묶어서 울타리 안에 딱 가둬 뒀으면 얼마나 불편했겠냐? 하지만 스스로 발심을 해서 자발적으로 걸어와서 방부를 들여서 그렇게 얽매인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석 달 동안 지내셨으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요지로 법문한 바 있다. 또 금강경 사구게를 인용해 "모든 만물은(一切有爲法) 꿈·허깨비·그림자 같으며(如夢幻泡影) 이슬·번개와 같나니(如露亦如電)"라면서 제자들에게 "속지 마라. 속지 마라."고 글을 써 준 바 있다.
지난 6월 11일 조계종 제2교구 본사 전 주지 정호 스님은 주지 후보로 나온 한 승려의 수계기록이 모두 허위라며 승적 특별조치법 관련 유권해석에 대한 공개토의를 제안했다. 이에 총무원 법무팀은 "특별조치법 공포 당시 승적관리 종무행정 프로그램에 1981년 단일계단 이전 계를 수지한 것으로 입력된 모든 스님은 이 법에 적용된다"고 답했다. 1981년 이전에 사미계와 구족계를 받지 않았고 사실상 조계종의 승려생활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증명이 필요 없는 자명한 사실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왜 입력됐는지 몰라도 그냥 입력돼 있다는 것만으로 '본사 주지' 후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쌍계사 교구 종회의원이 된 명진 스님에 따르면 송담 스님은 지난 8월 10일 하안거 해제 법회 전 상좌와 문도회 의장을 불렀다. 요지는 '주지 선거에서 여법하지 못한 일이 있다. 잘못된 선거운동에 현혹되지 마라. 문중을 부끄럽게 하고 욕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문중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하는 후보로 뜻을 모아 문중의 뜻을 잘 실현해 용주사의 안정과 문중 화합을 이루기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
8월 20일 조계종 제2교구 본사 효행대본찰 용주사 대중은 17대 주지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소속된 월암문도회의 추천을 받은 성월 스님(강화 정수사 주지)을 선출했다. 9월 12일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고 있는 인천 용화선원 원장 송담 스님(재단법인 법보선원 이사장)이 탈종 선언을 했다.
15일 송담 스님의 문도들도 전원 탈종결의를 하고 불교닷컴 등에 탈종공고를 했다. 같은 날 조계종 내 재단법인이면서도 독립된 위상을 갖고 있는 만해 한용운의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법인관리법의 규제를 받으면 법인 이사회가 허수아비가 되고 조계종 중앙종회가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된다"며 제적원을 냈음에도 초심호계원에서 해종 행위 혐의로 멸빈의 징계를 내렸다.
16일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은 '불광' 창립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송담 스님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도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송담 스님이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었더라도 (탈종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17일 용주사(주지 성월 스님)는 주지선거로 맞섰던 수원사 주지 성관스님 대신에 새롭게 총무원 호법부장을 맡았던 전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을 매우 신속하게 임명했다.
18일 수원사 신도들은 비상 대책위를 만들어 총무원장과 용주사 주지에게 신임 주지 임명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용주사는 이를 외면한 채 신임주지를 임명하고 인수인계 절차를 진행했다며 이는 신도들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이며 본사주지 선거 이후 화합하는 교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용주사 주지 스님의 언행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19일 조계종 총무원장 등이 용화선원을 찾아간 직후인 9시경에 (재)법보선원 임원 전원이 재적본사 용주사에 제적원을 제출했다. 전강 조실 스님이 법인을 만들어 수행문화를 지키도록 하면서 용화선원과 법인을 총무원에 가입시키지 말라는 유지가 있었고, 송담 스님 역시 조실 스님의 유지를 받들고 있다는 게 용화선원 신도들의 인식이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과 부주지 성무 스님은 인천 용화선원을 찾아가 법보전 불전에 제적원을 봉헌하는 것으로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26일 조계종 총무부장 정만 스님은 대구 동화사 설법전에서 열린 35차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송담 스님이 이미 분한 신고를 하지 않아 제적된 상태라고 밝혔다.
30일 만해 한용운이 세운 조계종의 모태 선학원(이사장 법진스님), 법보선원에 이어 조계종 어장인 동주 스님이 이사장인 '대한불교조계종 보리동산'과 함께 능인선원, 세등선원, 옥련선원, 만불회, 숭산국제선원이 조계종에 법인을 등록하지 않았다.
10월 7일 "조계종은 혼인 증명서가 있어도 문서견책으로 끝나고 상습도박, 원정도박, 성 매수, 성폭력, 성추행, 심지어 룸살롱 풀코스를 밟았다는 의혹이 제기돼도 징계를 안 한다. 그런데 '법인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관리법)에 반대했다고 멸빈했다. 권력승과의 친분 관계에 있는 사람은 징계를 못 했다. 징계의 령이 서겠는가? 멸빈을 당했어도 살아난 사람이 많다."는 선학원 법진의 멸빈을 확정했다.
8일 조계종 원로의장 밀운 스님의 구족계 미수지 의혹을 제기했던 설조 스님이 송담 스님 탈종사태에 더는 종단의 어른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스님은 "송담 스님이 문도에 의해 용주사에서조차 무도한 작태가 벌어졌음에 큰 책임을 느끼고 '탈종'이라는 극약 처방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럼에도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송담 스님이 '법인법'에 불응하고자 탈종한 것이라는 망발을 하고 있고 나아가 불경한 언급이 나오고 있어 기가 막히다"고 했다.
같은 날 200만명 이상이 내려받는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는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퇴진과 총무원장 직선제 개헌을 위한 헌정 방송을 했다(전국구-특판) 생선향기 1 - 부패학개론!에서 도박과 폭행이 난무한다는 조계종 현장을 들여다봤다.
10일 삼화 도량은 "불교광장은 송담 스님 탈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참회와 스님의 할에 대한 낙처를 살피기는커녕 제16대 중앙종회의 기조와 방향을 담은 종책 자료집 배부에 급급했다"며 "이는 누가 봐도 종단 쇄신이라는 '염불'보다 불교광장 측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키려는 '잿밥'에만 눈이 어두운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11일 푸른수행자회는 "종단의 큰 어른이신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전 종도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며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현재 불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비승가적 작태들을 보면서 더는 조계종이 수행집단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내린 극약처방이다"고 봤다. "큰스님의 결단에 사부대중은 엄숙한 자성과 조고각하의 자세로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 94년 종단을 개혁한 이래 주도세력들은 모두 이런저런 종단의 주요직책을 맡아서 열심히 노력하였다고 자화자찬 한지가 엊그제인데 과거보다 더한 지탄을 국민과 종도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밝혔다.
13일 교단자정센터(원장 김종규)는 "정치와 권력, 물질과 자리확보로 뒤덮인 조계종단은, 자신들이 선출한 법의 상징인 종정스님을 막강한 정치력으로 망신줘도 자신들의 정치력에 환호한다. 진정한 조실스님이자 조계 종단 본질에게 오히려 자신들의 잣대에 따른 자기검증과 적응을 요구해 탈종까지 하게 만들었다. 현재 종회의원입후보자 상당수는 종단 자정기능이 제대로 돌아가고 호법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입후보조차도 꿈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조계종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거짓과 허상이 진여를 비웃고 있다"고 했다.
14일 '청정한 바른 불교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 공동대표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등은 송담 스님이 밝힌 탈종 이유가 한국불교를 향한 '큰 할'로 여기고 스님의 '할'을 청정한 종단구현과 올바른 수행가풍에 대한 경책으로 이해했다. 조계종 총무부장 정만 스님이 "송담 스님은 분한 신고를 하시지 않아 현재는 승적이 없으므로 제적원 처리조차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참람한 발언'이라고 평가하고 공분했다. "혼인한 사실이 드러나 바라이죄가 명백한 가짜승려를 두둔하고, 백주에 서울 복판에서 사미승을 총무원 청사 지하로 끌고 가 집단으로 폭행한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승려가 종회의원이 되겠다고 출마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적주가 비구를 자처하고 승복을 입은 채 도박과 막행막식하는 것도 모자라 조상들이 일군 땅을 헌신짝처럼 팔아먹는 일이 횡행하고, 시줏돈을 빼돌려 종단권력을 장악하고 한국불교의 얼굴로 나서고 있는 것은 훼불이다"고 개탄했다. "조계종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출가 초심을 잊고 종단권력과 목 좋은 유명한 사찰 주지 자리를 주고받기 위해 돈과 폭력, 이권으로 맺어진 종단정치가 횡행하기 때문이다"고 봤다.
16일 예상대로 자승 총무원장이 지원한 불교광장이 압승했다.
송담 스님은 조선 시대 시집온 신부처럼 수행자는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이 돼 오로지 수행에 정진하면 세속이라는 경계에 속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종까지 하면서 조계종에 '말기암선고'를 한 송담 스님의 세 마리 원숭이의 뜻은 알음알이로는 알기 쉽다. 하지만 그 낙처는 '조계종의 멸종'이 될지 '진정한 개혁'이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사실 '송담삼원'보다는 자성과 쇄신을 하겠다던 몇몇 '스님'의 침묵이 오히려 더 화두답다.
이제 압승을 하느라 고생한 자승 총무원장이 다시 3선을 시도할지가 불교계의 화두가 될 것이다. 21세기 불교 신자라고 내놓고 말하기 창피해서 신도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는 조계종의 현실이 재가불자로서 오히려 고맙다. 각종 의혹을 받는 조계종의 막장드라마는 로마 황제 카이사르의 죽음 같은 배신을 연출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도에서 왜 불교가 사라졌는지 속 시원하게 재연을 통해서 가르쳐 줄 것이기에 참으로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사람을 보면 가끔 그 미래가 느껴진다. 그걸 본다고 표현할 뿐이다. 한 단체를 보면 가끔 그 미래가 느껴진다. 그걸 본다고 표현할 뿐이다. 난 뭘 본 걸까? 안타까운 미래가 하나씩 맞아들어갈 때마다 울적하다. '오래된 미래'가 맑고 밝아질 때까지 내가 아닌 내 역할을 찾을 뿐이다. 나만을 위해 살지 않기 위해 참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을 부정하기에 미래를 꿈꾸는 게 아니라 미래를 알기에 지금을 부정하는 듯이 보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게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는지 그 생각의 흐름과 맥락을 유지하는 건 어렵다. 행동은 더욱더 그렇다.
도반이 아프다. 사회가 아프다. 그의 미래도 사회의 미래도 보인다. 내가 보는 건 사실 상태가 아니라 모든 이의 '욕망'과 '집착'일 뿐이다. 지금까지 거의 100%에 가깝게 그들은 날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아니 그들은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걸 할 뿐이다. 하지만 오래된 미래는 항상 들어맞았다. 언젠가 오래된 미래가 보였을 때 난 그게 틀리기만을 간절하게 바라며 오늘을 산다. 집에 가서 보이차를 고맙게 마셔야겠다.
* 이글은 조계종의 자성과 쇄신 즉 개혁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우려를 조계종에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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