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난민 삶이 여자아이 조혼 불러

양민경 기자 2014. 8. 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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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 조혼실태 보고서

요르단 자타리 난민캠프에 사는 시리아 소녀 하니아(15)는 13세 때 결혼했다. 처음 결혼 제의를 받았을 때는 거절했지만 어머니의 계속된 강압과 설득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승낙 후 열흘 만에 결혼했지만 남편은 한 달쯤 지나 홀로 시리아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 뭘 물어봐도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라며 무시하던 사람이었다. 하니아는 "부모 집으로 돌아온 지 1년이 지났지만 남편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이혼하고 싶지만 남편 가족들이 모른 체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타리 난민캠프의 조혼실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가운데 18세 미만 소녀의 결혼 비율은 2011년 12%에서 2013년 25%로 급증했다. 이들 중 48%는 자신보다 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남성과 결혼했다.

자타리 캠프에 사는 소녀 림(15)도 6개월 전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했다. 등하교 때마다 난민촌 남성들이 치근거려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친척과 이웃들로부터 청혼이 들어오자 림의 아버지는 딸에게 선택권을 줬고, 림은 고민 끝에 결혼했다. 림은 "난민촌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면 청혼을 거절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 계속 공부했을 것"이라며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의사나 변호사가 된 여성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난민촌에 조혼이 횡행하고 있는 데 대해 일부에서는 성폭력으로부터 딸을 보호해 가족의 명예를 지키거나 부양할 식구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의 입장은 이들과 다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남편과 나이 차가 클수록 폭력과 학대, 착취 등 열악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며 "동기의 선악을 떠나 18세 미만 소녀들의 결혼과 성관계는 심각한 아동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임신과 육아 때문에 교육의 기회가 박탈되고 또래와 어울릴 수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이 덜 끝난 아이들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 산모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신체·정서적으로 위험하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5세 미만 여자아이가 출산 중 사망할 확률은 성인 여성의 5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유니세프는 난민촌 청소년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혼의 문제점과 아동의 권리에 대해 알리는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다씨는 "장애인 남편이 딸을 못 지킬 것 같아 빨리 결혼시키려 했지만 조혼의 위험성을 알고 난 후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국경을 넘은 시리아 난민은 240만명 이상이다. 조혼에 따른 아동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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