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설교자에게 듣는다―(1)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설교는 자신 아닌 하나님 생각 전하는 것"

2008. 1. 8. 17: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담임 하용조(61) 목사는 일주일에 세번씩 혈액투석을 받는다. 한번 투석하는 데 4시간이 걸린다. 평생을 당뇨와 고혈압, 결핵 등으로 고통받은 그는 간암에 걸려 6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다. 요양을 해도 시원찮을 하 목사는 요즘 새해부터 시작된 온누리교회의 40일 새벽기도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지난해 말 투석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모 병원과 온누리교회를 찾아 2차례에 걸쳐 하 목사와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누워서 투석을 받고 있는 하 목사의 모습을 보니 코끗이 찡해왔다. 만신창이의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하 목사를 강단에 서게 만드는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일본에 머물며 치료를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강단에 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옵니까.

"매주 투석하고 있지만 목회와 설교를 하는 데 부족함은 없습니다. 투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바늘이 몸에 들어가는 순간 아픕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순간입니다. 투석받는 4시간은 저의 큐티 시간입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시간이지요. 고통은 저에게 깨달음과 은혜를 줍니다. 밤이 낮을 알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기쁨이 더 빛을 발하게 됩니다. 힘들지만 울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에 불안하고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믿음의 줄을 놓칠 때에 그렇지요. 믿음의 줄을 잡으면 그렇게 편할 수 없습니다. 왜 설교하러 강단에 서느냐고요?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저에게 설교자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몸이 약하다 보니까 새삼 선배 목사님들이 말씀하셨던 '일사각오의 설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설교 마치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매번 강단에 설 때마다 자세가 달라집니다. 사실 모든 목회자들이 매번 설교 때마다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전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설교를 듣고 생명을 되찾는 사람들이 생기니까요."

-설교란 무엇입니까. 그리고 바른 설교란 어떤 것입니까.

"설교의 정의는 간단합니다. 하나님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입니다. 목사뿐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평신도도 얼마든지 설교할 수 있습니다. 단지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바른 설교는 설교자가 자신의 말을 전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을 전하는 것입니다. 설교자가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이론을 전하는 것은 설교가 아닙니다. 강연입니다. 설교자는 철저히 자신이 하나님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요즘 한국교회의 설교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설교의 위기는 한국교회의 위기로 직결됩니다. 하나님의 생각을 전하지 않고 인간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 강단 위기의 본질입니다."

-하나님의 생각을 바르게 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나님의 뜻을 정확히 알아야 하겠지요. 기도와 자기 성찰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설교자는 끊임없이 회개하면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더불어 설교를 듣는 사람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공급자 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수용자들의 필요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인 적응성이 필요합니다. 인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요. 많은 설교자들이 수용자인 대중, 즉 인간들을 너무나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할 수 없는 것이지요. 수용자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이 있습니다. 설교자는 반드시 해야 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중이 원하는 말이 아니라 대중에게 해야 할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 인간의 생각과는 다를 때가 많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 강단에서는 너무 청중들이 원하는 메시지만 전해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이 바로 위기의 본질입니다."

-목사님은 자신이 타고난 설교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한국교회사학연구원은 2005년에 하 목사를 한국교회 10대 설교가 가운데 한명으로 선정했다). 설교 스타일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제가 타고난 설교자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설교를 즐깁니다. 강단에 서면 힘이 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타고난 설교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의 설교를 굳이 구분한다면 큐티식 강해설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교를 이미지화합니다. 주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는데 제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저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픽처랭귀지(picture language)'라고 할까요. 그림 언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다보니 설교가 웅변조가 아니라 설득적이고 호소적이게 됩니다. 용어를 사용할 때, 되도록이면 자극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을 선택하지 않으려 합니다.

-설득을 하려다 보면 예언자적인 설교는 하기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요.

"설교자마다 스타일이 있습니다. 저는 예언자적 소리는 많이 하지 않습니다. 치유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야단쳐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설교자의 삶을 통한 진정성이 깃든 말로 인해 변하는 것이지요. 예언자적인 설교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필요하지요. 모두 은사라고 생각합니다. 비판할 사람들은 열심히 비판하고, 싸매주고 수술해줘야 할 사람들은 그렇게 해야 합니다. 나는 수술한 것을 싸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프다 보니 더욱 그렇게 생각됩니다."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하십니까.

"사실 목회자는 일주일 내내 설교준비를 해야 합니다. 주일 설교가 끝나면 저는 다음 설교를 준비합니다. 일주일 동안 본문을 읽고 묵상합니다. 설교문은 직접 펜으로 씁니다. 수십권의 때묻은 설교 노트는 저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설교문을 작성하는 데 하루나 이틀이 걸립니다. 설교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 쓴 것을 다섯번 찢은 적도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윌리엄 바클레이나 존 매카더 목사, 이상근·박윤선 목사 등의 주석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주석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번역본을 많이 봅니다. 설교 테이프도 자주 듣습니다.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이동원(지구촌교회) 옥한흠(사랑의교회 원로) 목사 등 국내 목회자들과 빌 하이벨스(윌로크릭커뮤니티교회) 릭 워런(새들백교회) 목사 등의 설교를 즐겨 듣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설교를 카피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워런 목사같이 설교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단지 참조할 뿐이지요. 모든 설교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설교 본문을 정하고 설교문을 작성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닌데요. 가끔 지난 설교를 리바이벌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지 않습니까.

"저는 설교를 리바이벌 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설교를 다른 집회에서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새롭습니다. 해야 할 설교가 너무나 많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사도행전에 관한 설교를 세 번 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달랐습니다. 3년에 걸쳐 창세기 설교를 했습니다. 마태복음 가지고는 5년, 로마서로는 3년 설교했습니다. 강해설교의 묘미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사야서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예레미야나 에스겔서를 하고 싶습니다. 모두 하려면 7, 8년 걸릴 것입니다. 강해설교를 하다 보면 죽을 때까지 매번 새로운 설교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온누리교회의 부흥 원동력은 이같은 강해설교에 있습니다."

-설교자라면 반드시 연구해야 할 설교가의 모델이 있습니까.

"존 스토트나 로이드 존스, 존 매카더, 빌 하이벨스 목사님의 책들을 즐겨 읽으면 좋습니다. 헨리 나우웬 신부의 책들도 빼놓아서는 안됩니다. 아니, 효과적이면서 바른 설교를 하기 원하는 설교자라면 반드시 이들이 쓴 책들과 친숙해져야 합니다. 캠벨 모건과 데니스 레인 목사님의 책들도 설교자들이 가깝게 해야 합니다."

-요즘 모두들 설교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합니다. 설교의 위기 시대라고 말하는데요.

"설교의 위기는 설교자의 위기입니다. 설교자가 말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지 못하면 그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요즘은 설교 외에도 사람들이 들을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설교의 소중함을 깨닫기가 힘들어집니다. 이럴수록 목회자들은 하나님 말씀을 끝까지 붙들고 말씀으로 승부를 보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일사각오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목회자들은 죽을 각오로 설교를 준비하고, 이번 기회 외에는 전할 시간이 없다는 시급성을 갖고 설교를 전해야 합니다. 명심하십시오. 설교자가 살면 한국교회가 삽니다."

이태형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