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최초 뇌과학자..불교도 과학 받아들여야"

2016. 8. 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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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한국불교 비판 ‘논객’ 강병균 포항공대 교수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강병균(59)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는 불교 전문 온라인 매체인 ‘불교닷컴’에 3년째 글을 기고하고 있다. 쓰는 글마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격렬한 논전이 이어진다. 글의 제목을 보자. ‘진제 스님의 기이한 생물관과 우주관’ ‘청화스님의 유아론: 유사 브라흐만(梵) 이론’ ‘혜민 스님의 망상’ ‘참회가 없는 조계종 권승집단’….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을 포함해 불교계 최고 선승들이 그의 펜 끝에서 ‘망상가’란 혐의를 받는다. 격한 반발이 이어지는 이유다. 강 교수는 이 글들을 묶어 생애 첫 저서인 <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큰스님, 왜 이러십니까? 환망공상의 수상록>(살림)을 펴냈다. 지난 28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불명이 ‘불자’인 강 교수를 만났다.

3년째 ‘불교닷컴’에 고정기고
글마다 수백개 댓글 등 논전
“부처님 무아론은 최고 과학
한국 선승의 ‘참나’는 유아론”



성철 스님한테 불명 ‘불자’ 받아
30년 참선, 채식 실천 ‘수학자’

수학자인 강 교수가 뽑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견은 ‘무아론’과 ‘진화론’이다. 그가 불교를 받아들인 것도 부처님이 설파한 무아론이 혁명적이라고 생각해서다. “생명체 자체 안에 고정불변한 영원한 실체가 없다는 부처님 주장은 위대한 선언입니다. 그 시대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과학이죠.”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부처님은 나란 실체가 본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또 제1원인으로서 신은 없다고 했다. 세상일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오직 연기(緣起)이다. 상호의존관계로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 무아론이 생물체가 유전자를 통해 이어진다는 진화론과 만날 수 있다고 본다. “제1원인이 없는, 즉 설계자가 없는 설계, 경쟁자가 없는 경쟁이 바로 진화론이지요.”

“이 땅의 선사들이 말하는 참나, 진아는 모두 부처님의 사유를 부정하는 유아론적 사고입니다.” 진제 스님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법어에서 ‘각고의 정진수행으로 참나를 깨닫자’고 했다. 서암 전 종정은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주인공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진제 스님은 동물이 진화해서 인간이 되는 법은 없다며 진화론도 부정했다. 강 교수가 보기에 선사들이 말하는 참나는 모든 사건과 현상의 제1원인이다. 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참나론자들은 참나를 연기 세계를 초월한 영원한 실체로 생각합니다. 진화론에선 있을 수 없는 주장이죠.”

종교와 과학이 함께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종교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데서 시작했어요. 바람신, 비신이란 게 다 그런 것이죠. 시대적 한계 때문에 허점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과학적 발견으로) 헛소리라는 게 밝혀졌는데도 거기에 집착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종교도 진화해야 합니다.”

그는 1976년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하면서 불교에 입문했다. 어떤 매력을 봤을까? “부처님은 내 말이라고 무조건 따르지 말고 진실에 부합하면 따르라고 했죠. 바로 과학정신이죠. 부처님은 최초의 마음과학자이자 뇌과학자입니다.”

그의 불명은 불교의 아들이란 뜻이다. 성철 스님한테 받았다. “80년대 후반, 해인사 백련암을 찾아 3천배를 한 뒤 불명을 받았죠. 위대한 사상가 뒤에 자가 붙잖아요. 저는 제 불명을 역사상 최대의 불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는 30년 가까이 참선을 했고, 채식주의자로 살았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 유학 시절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6개월 동안 관리인만 있는 수도원에서 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 공포감이 사라졌어요.”

그는 불교에서 믿음이 아닌, 지혜와 자비를 본다. “대승불교 경전 <금강경>은 위대한 종교서적입니다. 인식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죠. ‘에이(A)엔 에이란 실체가 없다. 단지 이름이 에이일 뿐이다’라는 가르침이 변주됩니다. 보석 같은 가르침이 불교의 본모습이죠. 신비주의 때문에 이게 가려집니다.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종교인데, (한국 불교는) 믿음으로 가고 있어요.”

그 역시 ‘망상’에서 벗어난 게 불과 10년 전이라고 했다. “저도 윤회나 전생이 다 참이라고 생각했어요. 훌륭한 선사들이 전생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데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죠. 어느 순간 ‘내가 보고 들었지만 그게 참일 필요는 없다. 느낀다고 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신은 100% 망상이라는 강 교수에게 그렇다면 뭘 믿느냐고 물었다. “인간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그를 ‘불교 논객’으로 불러들인 데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식언이 있었다. “도박 사건에 연루된 자승 총무원장이 연임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애초 선언을 번복하는 걸 보고 경악했어요.” 자승 스님 비판 글이 첫 기고문이었다.

가장 격렬한 비판과 만난 주장은 ‘윤회는 없다’였다. “윤회는 없다고 하니 화를 많이 내더군요. 다음 생에 벌을 받지 않으면 사람들이 제멋대로 살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제가 고양이족제비과 포유류인 몽구스 이야기를 했어요. 이들은 윤회를 모르지만 서로 협력해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지요. 상당수 불교학자들은 윤회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종단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고 있어요.” 그는 “윤회를 믿는 한 사회 발전은 없다”고 단언했다. “윤회를 믿는 이들은 부자나 권력자를 두고 전생에 복을 많이 지은 사람들이라고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사회개혁에 관심이 없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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