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심금 울린 '원이 엄마 편지'

2009. 3. 6. 11: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0년 전 한 조선 여인의 뜨거운 사랑이 세계적인 고고학 저널 표지를 장식했다.6일 안동대학교에 따르면, 고고학 저널인 앤티쿼티(ANTIQUITY)는 3월호에서 이 대학 박물관에 소장된 '원이 엄마의 편지' 논문을 게재하면서 표지에 소개했다. 안동대 이은주, 임세권 교수 등은 이 저널에 '응태의 무덤: 한 조선의 인물과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편지(Eung Tae's tomb: a Joseon ancestor and the letters of those that loved him)'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지난 1998년 발견돼 '원이 엄마 편지'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이 한글편지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향한 여인의 애끓는 심정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름도 없이 그저 '원이 엄마'로 알려진 이 여인은 편지에서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먼저 가시나요'라며 생전 애틋했던 부부애를 회고했다. 이어 '나를 데려가 주세요 …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서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며 절절한 슬픔과 그리움을 토해냈다.

편지가 발견된 당시 무덤에는 이 여인이 삼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미투리(짚신) 한 결레와 무덤 주인인 이응태(李應台ㆍ1556~1586)의 아버지, 형이 보내는 한시(漢詩)도 함께 들어 있었다. 이 편지와 짚신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터내셔널 판 2007년 11월호에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파 있다.

안동대 관계자는 "'원이 엄마의 편지'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라며 "한국인의 정서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매우 귀중한 문화콘텐츠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원이 엄마 편지' 전문

원이 아버지께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나를 데려가 주세요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 올림-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