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교의 친일군산서 '참회의 전시'

2012. 5. 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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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 승려, 동국사에 100여점 기증

일제의 쌀 수출항이던 전북 군산에는 일본 옛 사찰 모습을 간직한 국내 하나뿐인 절이 있다. 시내 월명산 기슭의 동국사다. 급경사를 이룬 에도시대풍 팔작지붕에, 일본 종까지 내걸린 이 사찰에서 해방 전까지 주인이던 일본 조동종 교단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전시가 차려졌다. '동국사 지원 모임'을 결성한 조동종 승려 이치노헤 쇼코(위 사진)가 최근 기증한 사료들을 중심으로 유물 100여점이 대웅전에 나왔다.

일본 불교의 주요 교단인 조동종은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 거류지마다 절을 세워 관혼상제 의식 등을 도맡았다. 1930년대 이후 대륙 침략이 본격화하자 지원병 입소를 선전하고, 무기를 헌납했으며, 조선 전통사찰의 교단 흡수를 위한 막후 활동도 벌였다. 이런 내력을 담은 전시장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태평양전쟁 말기 조동종 사찰에서 참배를 강요했다는 황금 도금된 전사자 위패(아래)다. 원래 '금강사'였던 이 절 1~4대 조동종 주지 사진과 친필, 전투기 헌금 납부자 명부, 전시 아동교육 독본, 조선 이민 안내 책자 등이 잇따라 보인다. 1938년 일본군의 중국 난징 함락 당시 군산시내 축하행렬과 그해 서울 공릉동 훈련장으로 나팔 불며 행군하는 조선 지원병들의 사진도 있다. 기증자인 이치노헤는 교단 내 진보파 승려로 지난해 이 절을 방문해 과거 내력을 알게 된 뒤 지원 모임을 꾸려 조동종의 친일행적을 담은 사료들을 계속 발굴해 기증해왔다. 전시를 기획한 종걸 스님은 "일본 교단들의 조선 내 친일행적은 전모가 여전히 묻혀 있다"며 "관련 사료 발굴과 연구를 더욱 본격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6월22일까지.

군산/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동국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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