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멸망은 신하들 배신에 의한 것"
"백제의 멸망은 의자왕의 항복 때문이 아니라 신하들의 배신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김영관 제주대 교수(한국사)는 660년 나·당연합군에 백제가 멸망할 때 사비성에서 웅진성으로 피신한 의자왕을 당나라에 넘기고 그 공으로 중국에서 황실 호위무관까지 오른 예식진(예 < 示+爾 > 寔進) 일가의 묘지 발굴로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백제부흥운동사 전공인 김 교수는 2010년 4월 시안시 문물보호고고연구소가 당나라 고관대작들이 묻혔던 시안시 창안구(長安區) 궈두난촌(郭杜南村)에서 발굴한 3기의 고분이 백제 유민인 예식진과 그의 아들 예소사(素士), 손자 예인수(仁秀)의 가족묘지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예인수묘에서 출토된 조각상
이번에 확인된 예씨 일가의 묘지명은 백제 멸망과 관련된 기록을 담고 있다. 예인수의 묘지명에는 "선조의 어진 덕을 본받은 예식진은 당이 동쪽을 토벌할 때 명을 받아 그 왕을 끌고 고종황제에 귀의하게 되니, 좌위위대장군으로 내원부 개국공의 훈작을 받았다"고 적혀있다. 이는 예식진이 < 구당서 > '소정방 열전'에 나오는 예식과 동일인임을 뒷받침한다. 소정방 열전에는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침공할 당시 백제의 장군이었던 예식이 의자왕을 데리고 와서 항복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소정방은 660년 11월6일 뤄양에서 당 고종에게 의자왕을 포로로 바치는 의식을 치른다.
▲예인수 묘에서 출도된 짐승 조각상
예씨 가문이 서기 410년에서 420년 사이 중국 산둥반도에서 웅진(공주)으로 건너온 중국계 백제인 집단임도 밝혀졌다. 지난해 7월 지린대 고전연구소가 학계에 보고한 예식진의 형 예군의 묘지명에도 "선조는 중화와 조상을 같이한다"고 나와 있어 예씨 가문이 중국 이주민임을 알려준다. 김 교수는 공주 수촌리 고분에서 중국계 도자기, 금동관, 금제장식 칼이 나오는 이유를 예씨 가문과 관련지었다. 김 교수는 예씨 집안 4명의 묘지명에 대한 분석결과를 28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신라사학회 발표회에서 공개한다.
▲예인수 묘에서 출토된 향로
< 주영재 기자 jyeong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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