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괴물아닌 임신거부증환자일 뿐"

장재선기자 2011. 6. 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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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영아살해 유기' 佛여성 남편 책 번역 출간

200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서래마을 영아살해 유기 사건'의 범인인 베로니크 쿠르조의 남편 장 루이 쿠르조가 아내를 변명하기 위해 펴낸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출판사 스크린셀러 측은 "쿠르조씨가 한국에도 사건의 정확한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2010년 9월에 프랑스에서 나왔던 책의 국내 출간을 허락했다"고 29일 밝혔다.

쿠르조는 이 책에서 영아살해 사건 수사와 재판 진행 과정을 상세하게 전하며, 아내 베로니크가 '괴물'이어서가 아니라 '임신거부증'에 걸린 탓에 그런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내는 책을 쓰는 것에 반대했으나 사람들에게 사건의 내막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적었다.

프랑스의 기업에서 한국에 파견됐던 쿠르조는 지난 2006년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다 업무상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자신의 집 냉동실에서 갓난 아이 시체 두 구를 발견하고 경악을 한다. 한국에서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는 아내와 함께 범인으로 지목받기도 했으나, 프랑스에서 진행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베로니크가 임신을 자각하지 못하는 임신거부증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베로니크는 쿠르조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현재 15·14세)을 낳아 키워 왔으나, 프랑스에서 임신거부증 상태로 영아를 살해한 적이 있고, 또 서래마을의 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던 베로니크는 재판에서 임신거부증을 인정받아 8년형을 언도받고 복역하다가 2009년 5월에 가석방됐다. 스크린셀러 측은 "쿠르조씨 가족은 현재 프랑스 수비니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르조는 책에서 아내의 임신을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살이 찐 정도로 여기며 넘어간 것을 자책하고, 비현실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동시에 18년간 함께 살며 사랑을 나눠 온 아내의 질환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심정을 절실히 호소한다. 그는 책에서 임신거부증을 자세히 소개하고, 이 질환에 걸린 여성들이 대화가 전혀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이 병의 공포가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더라면 많은 아기들이 목숨을 구했을 것이고, 우리 가족 또한 이 엄청난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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