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원래 한 언어 사용' 뒷받침 연구 나와
아프리카 기원설과 일맥상통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전세계 6천여개 언어는 모두 5만∼7만년 전 초기 아프리카인들이 사용하던 '단일 조상 언어'에서 파생됐을 수 있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날 발행된 저널 '사이언스'를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이 연구결과는 인류의 첫번째 구어가 어떻게 출현하고 전파됐으며 인류의 진화론적 성공(생존과 생식)에 기여했는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논문 저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진화심리학자인 틴 앳킨슨 박사다.
그는 '모든 모국어의 모어'라 할 수 있는 단일 언어를 구사한 채 아프리카를 떠난 첫번째 이주민들이 전세계 문화의 기초를 놓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앳킨슨 박사는 "그것(단일 언어)이야말로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인류 팽창을 가속화시킨 촉매제였다"고 말했다.
그의 발견은 현생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라는 지배적 가설과 일치한다.
최근 유전적 증거의 뒷받침을 받는 '아프리카 기원설'은 현생 인류가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만 출현했고 5만∼7만년 전 소수 무리가 떨어져 나가 전세계에 거주하면서 모든 비 (非) 아프리카 지역의 조상이 됐다는 입장이다.
그의 논문은 특히 5만년 전 현생인류가 동굴 예술과 뼈 조형물을 창조하고 정교한 사냥 도구를 개발하는 등 비약적으로 창조적 활동을 개시한 것은 추상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 복잡한 언어 사용과 연관이 있다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의 연구는 뜻을 구별하는 최소 음성 단위인 음소(phonemes)에 기반해, '창시자 효과'(founder effect)라는 인구 유전학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
창시자 효과는 원래의 개체군으로부터 아주 적은 수의 개체가 떨어져 나와 새롭게 개체군을 만드는 경우에 유전자 변화와 복잡성이 조금씩 감소하는 원리다.
앳킨슨 박사는 창시자 효과가 음소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504개 언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체로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방언들이 가장 많은 음소를 갖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로부터 멀리 떨어진 남미와 태평양 열대 섬들에서는 가장 적은 수의 음소가 사용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음소의 사용 패턴이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 패턴을 반영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은 현대인이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 거주하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일 라이프치히대의 에케하르트 볼프 명예교수(아프리카 언어학)는 앳킨슨 박사의 연구 결과와 관련, "대단한 기여로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모자이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기원설에 맞서 인류의 초기 형태가 아프리카에서 발원했지만 해부학적으로 현대적 형태는 구세계 도처에서 완만히 형성됐다는 이론도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현생 인류 언어의 다양한 변이도 아프리카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나타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앳킨슨 박사의 접근법도 나름 한계가 있다. 유전자는 많은 세대에 걸쳐 느리게 변화하는 반면 음소의 다양성은 한 개체군에서도 언어가 진화함에 따라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또 아프리카로부터의 거리 개념이 개체군들의 유전적 다양성중 85%를 설명해주는 반면 비슷한 거리 척도는 음소 다양성 변이의 19%만 설명해준다. 앳킨슨 박사는 이 수치만으로도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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