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 김은숙 작가 '불같은 사랑' 연하 남편과 첫 인터뷰 - ②

2011. 1. 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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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실제 모습, 속 시원히 밝힌다!

김은숙 작가는 "사실을 말하자면 < 시크릿 가든 > 은 내게 마냥 꿈같고 행복한 드라마만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시청자들의 과분한 사랑은 작가로서 분명 평생 잊지 못할 한순간으로 남지만, 창작의 고통이 주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는 물론, 생각지도 못한 열풍이 일 때는 더더욱 "드라마가 작가의 손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이지만, < 시크릿 가든 > 은 그래서 더 빨리 털어버리고 싶었다.

어느 때 가장 힘들었나.

제가 쓴 드라마를 사람들이 보면서 그 시간만큼은 다른 모든 걱정을 잊고 즐거웠다면 작가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은, 과정이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 과정이 모두 용인되는 것은 아니에요.

< 시크릿 가든 >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예죠. 인기가 높아질수록 여기저기서 드라마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서운하고 안 좋은 기억을 얘기하자면 제가 누군가의 험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터뷰가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요. 마냥 좋은 얘기만 할 수도, 또 마냥 싫은 얘기만 할 수도 없잖아요.

드라마만큼이나 출연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온통 화제다. 제작발표회 때 '이번 드라마를 통해 현빈씨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빚잔치를 한 건가.(웃음)

현빈씨와는 영화 < 백만장자의 첫사랑 > 때 처음 봤어요. 제가 처음으로 쓴 영화 시나리오였는데, 결과가 안 좋았죠.(웃음)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감독의 예술이더라고요. 작가가 시나리오를 써도 현장에서 감독의 의견에 따라 많은 부분이 수정이 돼요. 그래서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제가 쓴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죠. 현빈씨와는 그 당시 영화 촬영을 하기 전 미팅 때 딱 한 번 봤어요. 그래도 어쨌든 결과가 안 좋았으니 그걸 두고 한 말이에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 만났고, 처음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잘 되겠다'는 느낌을 딱 받았어요. 연기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작가로서 믿음직한 구석이 있죠. 결과적으로 서로 잘 맞은 것 같아요. 현빈씨는 트렌디 드라마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저는 김주원이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얻었고요. 하지원씨의 경우는 크게 얻은 것도 없고, 잃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워낙에 흥행 불패인 친구였잖아요. 이번 드라마도 그 친구 프로필에 누가 되지 않는 드라마… 정도? 제게 도움을 준 배우죠.

윤상현과 김사랑씨는 어땠나.

하하. 두 분, 윤상현씨는 성격이 너무 좋아요. 나이스하고, 처음 보자마자 10년 지기 친구 같았어요.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사람이죠. 오스카를 쓰면서 실제 윤상현씨의 모습을 많이 떠올렸을 정도로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많이 닮았어요. 김사랑씨는 실제로 보면…, 몸매가 정말 예술이에요! 하하. 사실 사랑씨에 대해선 처음엔 선입관이 있었어요. 왠지 까탈스러운 깍쟁이인데 귀여운 것이 아니라 얄미울 것 같았거든요.(웃음) 완전 톱스타도 아니면서 '나 김사랑이야!' 이럴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알고 보니 성격이 너무 털털하고 착해요. 화끈하고요. 알고 지내보니 참 매력 있고 좋은 친구인 거죠.

드라마 끝내고 배우들하고 막 연락하고 지내는 성격은 아닌데, 두 사람은 편한 자리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랄까. 이전에 함께 작업한 차승원씨와 김선아씨, 송윤아씨도 좋아요. 참, (김)정은씨도요. 이 드라마 할 때 문자로 가장 많이 응원해준 사람이 승원씨와 선아씨였어요. 많이 고맙죠. < 시티홀 > 에서 제일 아픈 손가락을 같이 나눈 분들이라….(웃음)

마지막으로 '짝궁' 신우철 PD는 어떤 감독인가.

거의 뭐, 서로 눈빛만 보고도 통하는 그런 사이에요.(웃음) < 파리의 연인 > 부터 여섯 작품째 내리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뭐, 콤비? 이런 표현은 좀 낯간지럽지만, 아마 서로가 같이 해서 득이 되지 못한다면 따로 작업을 하겠죠. 하지만 함께 작업하면 장점이 더 많아요. 당분간은 쭉 같이 할 것 같아요. 아니, 아직은 따로 해야 할 이유를 못 찾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네요. 작품 할 때는 내내 붙어 있다가, 작품 끝나면 서로 연락도 잘 안 해요.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 충실해지는 거죠. 그러다 슬슬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 감독님한테서 딱! 문자가 와요. "작업실에서 뭉칩시다!" 하하. 그럼 그때부터 작품 구상에 들어가는 거예요.

인기 작가인데, 데뷔 때부터 줄곧 특정 방송국에서만 일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다른 방송사의 러브콜이 많을 것 같다.

제가 의외로 의리파 기질이 있어요. 계약과 관계없이, 처음에 작가도 뭣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 덜컥 편성을 주고 작가의 길을 가게 해준 방송국에 대한 의리 같은 거죠. 어마어마한 이득이 있지 않는 한 특별히 방송국을 옮길 일은 없을 거예요. 어느 방송사에서 방송하든 드라마는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의외로(?) 다른 방송사에서 연락이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지금 뭐 어필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신우철 감독님하고만 하는 것도, 종종 다른 감독님이 같이 작업해보자고 연락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제안이 안 오네요. 그러니까 둘 다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하하.

◆ 내 인생을 바꾼 '나만의 드라마'

김은숙 작가는 그 흔한 '보조작가' 경력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낙하산'도 아니다. 드라마 작가 경력만 없을 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있었다. 소설가 신경숙을 동경해 그이처럼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신춘문예에는 번번이 낙방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던 찰나, 드라마 작가 제의를 받았다.

그녀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삼형제만 남은 뒤로는 줄곧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돈이 없어 어릴 때는 변변한 책 한 권 사 읽지 못했고, 초등학교 때는 가난한 일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싫어 일기장에 일기 대신 동시를 쓰기도 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어린 그녀가 상처받지 않도록 그녀가 쓴 동시를 칭찬해줬고, 그때 처음으로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고등학교 졸업 뒤에는 돈을 벌기 위해 바로 일반 회사에 입사했다. 그 시절에는 어릴 때 읽지 못했던 책을 탐독했다. < 토지 > < 아리랑 > < 태백산맥 > 을 비롯해 오정희와 신경숙 작가의 책은 모두 섭렵했다. 그러다 신경숙 작가처럼 소설가가 되고 싶어 1997년 스물다섯에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 '늦깎이' 입학했다. 대학 시절은 등록금 내기도 빠듯했지만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 중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로는 줄곧 월세 30만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았다. 새우깡 한 봉지로 3일을 버틴 적도 있고, 다시 고향으로 갈까 숱한 밤을 고민했다. 그 생활은 드라마 작가가 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제의를 받았을 때는 작가고 뭐고 월급 70만원이라는 말만 귀에 들어왔다. 그렇게 시작한 작품이 2003년, 강은정 작가와 함께 집필한 < 태양의 남쪽 > 이었다.

월세 30만원 단칸방 생활에서 하루아침에 스타 작가로 발돋움한 작가의 드라마틱한 인생도 화제가 됐다.

이 부분을 물어보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웃음) 인생의 굴곡, 있었죠. 그런데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단순히 없이 산 얘기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과 결부되는 느낌이에요. 그냥 그런 것이 자꾸 작품과 연결되다 보면 프로답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라임이'는 그냥 월세 30만원짜리 집에 사는 여자인데, 그걸 가지고 "작가가 자기 옛날 시절을 떠올리며 썼다"고 하면 마치 제 머릿속의 로망을 드라마로 푸는 작가 같잖아요. 그리고 사실, 제가 주원이처럼 까칠한 남자를 만나봤겠어요, 아니면 라임이처럼 멋지게 대처를 해봤겠어요. 사람 사는 거 다 실제로는 '찌질'하죠.(웃음) 그러니까 드라마에서는 선남선녀의 멋진 '밀당(밀고 당기기)'이 보고 싶은 거고요. "내 연애 얘기 정말 재밌어요, 드라마로 만들어볼까요?" 하면 "니 돈으로 만들어!" 바로 이런 대답 나오는 것이 이 바닥이에요.

그럼 드라마 속 설정이나 에피소드에 경험한 것은 얼마나 쓰나.

이미 알려진 에피소드로는 주원이가 라임이 미간을 누르면서 "네 꿈속은 뭐가 그리 험한 건데?" 이렇게 말하는 건 우리 부부사이에있었던 이야기가 맞지만, 대부분은 철저히 상상해서 만든 에피소드예요. 상상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에피소드가 확 떠오르는 게 아니거든요. '이쯤에서 얘네가 조금 달달해지면 좋겠다. 어떤 신이 좋을까? 라임이가 스턴트우먼이니까 주원이가 따라다니면서 같이 운동을 하는 장면을 넣을까?' 'PT체조는 너무 딱딱하고, 줄넘기는 각자 하는 거고, 그래 윗몸일으키기가 좋겠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생각을 해나가는 거예요. 모든 에피소드가 경험한 것이거나 갑자기 떠올라서 쓰면 제가 천재이게요!(웃음)

그럼 본인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언제였나.

첫 작품 < 태양의 남쪽 > 기획안이 오전에 방송국에 들어가서 오후에 편성 확정 전화를 받았을 때.(웃음) 그 순간은 지금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글을 쓰면서 먹고살고 싶던 한 지망생에게 누군가 기획안을 써보라고 제안했어요. '기획안이라는 게 있어?' 하던 애들 둘(김은숙·강은정 작가)이서 일주일 동안 끙끙거리며 쓴 것이 A4용지로 80페이지나 됐죠. 그게 방송국에 들어가서, 편성이란 것을 받고, 우리가 쓰는 것이 드라마로 나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던, 정말 제 인생에 가장 드라마틱하고 기적 같은 순간이었죠.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두 번째 작품 < 파리의 연인 > 이 시청률 50%를 기록한 순간을 꼽을 줄 알았다.

그건 그냥 날아갈 것 같은 순간!(웃음) 드라마를 쓸 때 평가에 대한 걱정은 해도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어요. 특히 경험이 쌓이면 그 예상은 더 확실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 파리의 연인 > 은 정말 예상 밖의,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게 맞아요. 드라마 작법도 모르고, 얼떨결에 드라마 한 편 써본 경력이 전부인 작가가 누리기에는 과분하고 얼떨떨했죠.

그리고 그 드라마가 끝난 뒤 바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

< 파리의 연인 > 을 끝내고 필리핀에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사실 이런 얘기를 자꾸 하는 것도 쑥스러워요.(웃음) 자꾸 제가 들이댔다고 하도 기사가 많이 나와서….

시크릿가든 김은숙 작가 '불같은 사랑' 연하 남편과 첫 인터뷰 - ①

시크릿가든 김은숙 작가 '불같은 사랑' 연하 남편과 첫 인터뷰 - ③

취재: 김은향 기자 | 사진: 이상윤·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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