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 김은숙 작가 '불같은 사랑' 연하 남편과 첫 인터뷰 - ①

2011. 1.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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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드라마가 이토록 국민적 관심을 받은 적이 있는가. 드라마 < 시크릿 가든 > 열풍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주원앓이' '엔딩 논란' 등 모든 키를 쥐고 있는 김은숙 작가가 드라마의 뒷얘기를 공개했다. 덤으로 남편과의 짜릿했던 연애 스토리와 딸 민지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한 세계 속으로.

◆ 식지 않는 < 시크릿 가든 > 광풍

단순히 시청률로 < 시크릿 가든 > 열풍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한참 부족하다. 마지막회 방송을 앞둔 일주일 동안 온 국민의 관심사는 온통 ' < 시크릿 가든 > 이 과연 해피엔딩일 것인가?'였다. 언제부턴가 지나치게 호들갑스러운 뉴스 때문에 인기의 실체가 부풀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는데, 온전히 사람들의 관심이 뉴스에 반영된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 드라마의 열풍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 열풍의 진원지는 현빈도, 주원이도 아닌 김은숙 작가(38세)다. 그녀의 손끝에서 이 모든 마법 같은 세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2003년 < 태양의 남쪽 > 을 집필하며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그녀는 이후 < 파리의 연인 > < 프라하의 연인 > < 연인 > < 온에어 > < 시티홀 > 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드라마 한 회당 3천만원을 받는 톱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50%의 시청률을 기록한 < 파리의 연인 > 을 기점으로 갈수록 '드라마 파워가 전만 못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에, 이번 < 시크릿 가든 > 으로 그녀는 다시 한 번 제대로 한 방 터뜨렸다. 이번 작품을 두고 '빤한 재벌 2세 드라마' '로맨틱 드라마를 가장한 막장 드라마'라고 딴죽을 거는 사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동안 카드값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면 그걸로 됐다"는 작가의 의도는 확실히 효과를 본 듯하다. 마지막회가 방송되고 짧은 종방연을 가진 뒤, 그길로 충북 제천으로 내려가 꿀맛 같은 휴식에 젖어 있는 김은숙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오랜만에 딸 민지와 하루 종일 뒹굴다 보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실감이 나는지.

탈고하고, '막방' 날 트위터에 마지막 인사 남기고 당장 인터넷부터 끊었어요. 원고도 한 번 보냈다고 끝이 아니라 촬영이 마무리될 때까지 실시간으로 수정해줘야 돼요. 현장 상황도 시시각각 변해 전화 오면 고치고, 또 고치고…. 그걸 촬영 마지막 날까지 했으니 저나 배우, 스태프들 모두 탈진할 만했죠. 그러고 보면 일주일 전만 해도 작업실에 웅크리고 앉아 실시간으로 원고를 수정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 아주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네요. 사실 시청자들이 많이 좋아해주면 저는 제 드라마를 좋아할 기회가 더 없는 것 같아요. < 파리의 연인 > 때도 그랬어요. 하도 주위에서 뭐 열풍, 광풍 이러니까 저는 차분하게 작품과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요. 드라마도 마치 자식 같아서 반응이 없으면 "넌 예뻐" 하면서 사랑하게 되고, 사랑받는 자식은 믿어주기만 하고 그냥 내버려둬요.(웃음) 그래서 제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 시티홀 > 이라고 하죠.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시청률이 가장 낮았거든요.(웃음) 작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와 대중들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야기. 이 중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시청률이 안 나오고, 그냥 사람들이 쉽게 반응하는 요소들로 꾸민 드라마는 예상한대로 시청률이 잘 나오고요.

< 시티홀 > 은 에피소드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또 시작부터 정치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배제되죠. 드라마 하나가 엎어지고 자빠지는 문제가 메디컬 드라마의 죽고 사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거예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가슴 졸이면서 어떻게 될까 봐지지 않는 거죠. 장르 영화가 당연히 그렇듯 이런 드라마들은 역시나 꿈의 시청률 25%를 못 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현장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 좋았어요. 제 드라마는 시청률이 잘 안 나온 작품들이 오히려 현장분위기는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 시티홀 > 은 정말 정치 얘기를 한 번 쯤 해보고 싶었을 때 쓴 드라마이기도 하고, 시청률도 안 나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아픈 손가락'이에요. 그러면서 제일 예뻐해 줘야 하는 드라마이기도 하고요.

드라마 열풍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너무 깜짝 놀랐어요. 며칠 인터넷을 안 봤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체감 시청률은 < 파리의 연인 > 때보다 높아요. 요즘 트렌디 드라마나 로맨틱 드라마로 시청률 30%를 넘긴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에요. 50회 정도 되는 장편 드라마라면 모를까, 20회의 짧은 기간 동안 그 정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가능한 일이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다는 평가도 나왔다.

충분히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 시크릿 가든 > 이전까지 총 여섯 편의 드라마를 집필했는데, 평균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 파리의 연인 > 을 기점으로 시청률이 내려가는 추세였죠. 이번에는 그 내려가는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작가로서의 부담감이 있었어요. 저도 생활인이고, 이 이상 성적이 떨어지면 나를 찾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신우철 감독님과 이번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드라마가 가져야 할 미덕 중에 '재미'만 부각하자고 했어요. 시청률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충분히 만족할 만큼 나왔고요.

빤한 재벌 2세 드라마에 막장 요소를 교묘하게 포장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김주원 말투로) 인정! 상투(적인 것)도, 이런 상투가 없죠.(웃음) 재벌, 기억상실, 중간에 살짝 삼각관계도 있었어요. 썬의 동성애 뉘앙스는 트렌드를 차용한 거고요. 아마 이것만 가지고도 드라마 열 편은 나올걸요. 잘못 쓰면 욕먹기 딱 좋은 소재들이죠. 그래서 이 상투적인 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 정말 많이 고민했고, 대본을 그야말로 '한 자, 한 자' 장인의 마음으로 정성껏 썼어요. 생각해보면 일상 대화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쓴 것이 하나도 없어요. 모든 대사, 모든 신을 적어도 다섯 번씩 수정했어요. 똑같은 상황을 여러 개의 다른 틀에 넣어보고, 흐름과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되 가능한 한 새로운 대사와 설정을 만들었어요. 정말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유난히 히트 친 대사가 많았다.

그렇다고 전략적으로 유행을 시키기 위한 대사를 쓰지는 않아요. 그냥 그런 과정을 반복해서 나온 대사들 중에 '얻어 걸리는 것'이 있을 뿐이에요.(웃음) 드라마 작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말투가 약간 문어체적인 것도 나름 신선하게 작용한 것 같고요. 대사를 쓸 때 웬만하면 '은, 는, 이, 가, 을, 를' 같은 조사는 안 써요. 스피디하게 말이 쫙 나오는 것이 좋은데 조사가 있으면 속도감이 떨어지거든요.

그렇게 나온 대사들 중에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저는 분홍(주원 엄마)이가 라임에게 뿜어내는 독설이 좋아요. 남한테 상처주고 못되게 말하는 대사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술술 나와요.(웃음) 쓰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도 느끼고요. 독설을 뿜어내면서 푸는 기질이 있나 봐요. 가끔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독한 말을 뱉기도 하죠. 분홍이 대사를 쓰고 나면 스트레스가 쫙 풀렸어요.

이제 '엔딩 논란'은 김은숙 작가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것 같다.

하하. 저도 < 파리의 연인 > 엔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데, 시청자들도 그런가 봐요. 이번에는 심지어 마지막 장례식장 장면을 보고 '주원이가 13년 전에 죽었다'는 얘기도 나왔다면서요?(웃음) 엔딩은 아주 간단한 얘기였어요. 주원이와 라임이는 13년 전부터 만날 운명이었다는 거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시청자들의 요구 때문에 엔딩이 바뀐 것인가.

처음부터 두 사람의 행복한 결말을 생각하고 그 과정을 그린 드라마예요. 애초의 엔딩과 달라진 것은 없어요. 단지 엔딩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제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는 제약을 주었다고 할까….

시크릿가든 김은숙 작가 '불같은 사랑' 연하 남편과 첫 인터뷰 - ②

시크릿가든 김은숙 작가 '불같은 사랑' 연하 남편과 첫 인터뷰 - ③

취재: 김은향 기자 | 사진: 이상윤·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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