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대물> 사태와 고현정 발언의 진정한 원인은

2011. 1. 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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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김헌식 문화평론가]SBS 연기대상 수상소감에서 고현정은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시청률만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시청자는 시청률에 대해서 말할 수는 있다. 다만 모든 것이 배우의 연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류일 수 있다. 하지만 배우가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악인도 열심히 살기는 마찬가지다. 고현정이 열현했던 미실도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았다. 하지만 악인은 악인이었다. 그 악인의 인간적인 측은함에 이해와 동정이 일시 작용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 시청률이 배우 연기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와 피디 때문에 시청률이 좌우되는 것만도 아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이라는 사실은 고현정의 말대로 바뀐 작가와 피디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와 피디와의 갈등을 언급하는 것은 일면적이고 본질을 호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무엇보다 외부적 환경 탓도 컸다.

드라마 <대물>은 본래 2008년 2~3월에 방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다룬 드라마라는 기본성격은 이 드라마의 앞날을 평탄하게 만들지 못했다. 여성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연상시킨다는 점이 사회문화적 심리 배경으로 작용한 것도 컸다. 결정적인 원인은 정치적인 것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이 드라마를 방영하는데 부담이 되기에 충분했다. <대물> 방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고현정은 드라마 <선덕여왕>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권상우는 이 지지부진함으로 스케줄 조정에 실패해 200억대의 손해를 보았다는 말도 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회동이 있은 뒤 <대물>은 방영될 수 있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정치권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여성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와중에 정치적 관점과 쏠림을 비판한 작가가 중도하차했다. 그 뒤이어 피디도 교체되었다. 피디와 작가가 드라마 방영 중에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이 뒤 제작진과 연기자의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시청률은 답보내지는 상승곡선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자이언트>와 반대되는 현상이었다. <자이언트>는 초기에는 시청률이 높지 않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높았다. 결국 드라마 <대물>이 원활하게 시청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은 정치를 너무 의식했기 때문이다. 초기 작가처럼 정치 현실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을 중요시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다.

자칫 정치가 판타지 소설이 되어 버린다면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게 된다. 그렇다고 정치 비판의 과잉이 많다면 그러한 드라마는 작품이 아니다. 최소한 현실의 리얼리티는 유지해야 한다. 정치를 윤리적 도덕적 가치로 감상에 젖은 채 창작하는 것은 무기력과 냉소주의를 조장할뿐이다.

더구나 불행하게도 드라마 <대물>은 피디와 작가 교체후 현실감각과 개연적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물론 그것을 작가와 피디의 탓으로만 전적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겠다. 판타지로 끝난 것은 정치계나 제작의사결정자들이 바라던 바다. 먼 과거의 사실을 다루는 사극만도 못할 정도로 정치를 반영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현실 왜곡에 이르기 쉽다.

어쨌든 현실과의 거리두기에 매몰되어 온전한 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바로 드라마 <대물>의 시청률을 둘러싼 논쟁의 한 축이자 고현정 발언의 이면일 것이다. 분명 정치눈치를 봤거나 탈정치화되었기 때문이다. <대물>이 만화에 불과했음을 잊었다.

정말 고현정이 발언했어야 하는 것은 정치드라마가 제대로 방영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지 않을까. 시청율을 두고 분분한 시청자에 대한 언급이나 작가, 피디와의 갈등에 대한 언급은 지엽적이다. 만화라고 항변하기에는 너무 민감하고도 중요한 콘텐츠였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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