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아저씨' 대본받고 뛸 듯 기뻤죠."
영화 '아저씨'서 장기밀매조직 보스 역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시나리오 받고 뛸 듯이 기뻤어요. '아저씨'를 찍은 5개월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환하게 웃는 배우 김희원. 영화 '아저씨'에서 보여준 악인의 비웃음과는 천양지차인 맑은 웃음이다.
그는 원빈 주연의 액션영화 '아저씨'에서 장기밀매조직의 보스 만석 역을 소화했다. 원빈이 호쾌한 액션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면 김희원은 비웃음과 난폭한 행동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사실 김희원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그렇다고 그의 얼굴까지 낯선 건 아니다.
영화 '청담보살'에서는 여주인공인 박예진의 철딱서니 없는 점쟁이 친구로 나왔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에서는 형사로 출연했다.
영화 데뷔작은 2007년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이다. 이후 4년간 '만남의 광장' '스카우트' '거북이 달린다' '육혈포 강도단' 등 모두 8편의 영화에 단역이나 조연으로 출연했다.
주연에 버금가는 조연을 맡은 것은 '아저씨'가 처음이다. 김희원이 연기한 만석은 영화에서 잔혹한 성격을 가진 조직의 보스. 불리할 때는 윗사람에게 철저히 굽히다가도 빈틈만 보이면 잔인하게 그를 살해할 수도 있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시나리오 받는 순간, 뛸 듯이 기뻤어요. 꼭 해야한다고 생각했죠. 만석이는 악당이지만 그 악당을 연기하는 건 너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영화로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사실 그의 연기 고향은 연극무대다. 김희원은 지난 20년간 대학로에서 울고 웃었다.
"정통 연극을 하고 싶은데, 점점 대형뮤지컬이 극장을 점령하고 있잖아요. 진지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연기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좁아지고 있었죠. 그러다 배우 임창정 씨의 제안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진지하게 연기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자구책이었죠."
연기 욕심이 현재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통상 연기에 대한 꿈 때문에 연기자를 선택했던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그는 생업을 위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고교 졸업장을 들고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연극계밖에 없었어요. 신문을 봐도 다른 회사는 전부 전문대졸 이상만 찾더라고요."
사회생활은 갓 스무 살 된 청년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연극 광고전단을 붙이러 대학로 곳곳을 누볐고 조명설치부터 청소까지 온갖 잡일은 도맡아 했다.
연기와 허드렛일을 병행하면서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던 그에게 이윤택 연출의 '허재비 놀이'는 배우의 길을 열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국민체조 하듯이 기계적으로 연기를 했어요. 하지만 24살 때 쯤 '허재비 놀이'를 접하면서 연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고 연기 자체를 사랑하게 됐죠."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8년 후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다.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 대학에 갔다기보다는 그냥 대학이라는 데를 다녀보고 싶었어요. 새로운 경험을 얻고 싶었죠. 공부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예요."(웃음)
김희원은 국내 창작뮤지컬 '빨래'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최근 1천회를 맞은 인기 뮤지컬이다.
"2006년 이 뮤지컬을 처음 봤는데 백수였죠. 보면서 정말 희망이 샘솟았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한 400번을 봤던 것 같아요. 2007년부터 이 뮤지컬의 제작자로 나서고 있지만, 마음이 우울할 때 보면 참 좋은 뮤지컬이죠."
연극과 영화에 대해서 어느 것에 애정이 더 있느냐고 묻자 한 줌의 망설임도 없이 "연극"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100% 감독의 예술이에요. 연극은 배우의 예술에 더 가깝죠."
연기를 하면서 "먹고 살기 어려워 결혼은 생각도 못했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동물의 왕국'을 보시면 카메라를 들이대건 말건 치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카메라 앞에서 가장 자연스런 모습을 보이죠. 제 꿈은 치타처럼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겁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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