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던 왕실 표범카펫 국립박물관에

2010. 5. 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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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관리에 허점"(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사라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물관의 유물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양탄자는 1951년 한 미국 병사가 미국으로 불법 반출했다가 같은 해 한국에 환수된 유물로, 미국 잡지 '라이프(Life)'에 소개되며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화재청에서 표피(豹皮) 유물이 있는지 묻는 공문을 25일에 보내와 수장고를 확인한 결과 동일품일 가능성이 있는 유사 유물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덕근201'이라는 관리번호를 단 이 표범 카펫은 세로 6줄의 무늬가 있고 테두리에 붉은 천 장식이 있는 점, 48마리 표범의 가죽으로 만들었졌고 크기가 대체로 일치하는 점, 뒷면에 황실용임을 뜻하는 자두(오얏)꽃(李花) 문양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명성황후 표범 양탄자'와 동일품일 가능성이 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카펫은 1969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이관받은 '덕근' 유물의 하나로, 이전에는 덕수궁미술관에서 관리해왔다"며 "1963년 5월 3일 덕수궁미술관의 소장품 목록에 등장하는 것이 현재까지 남은 가장 이른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목록에는 '표피'가 아닌 '호피(虎皮)'로 등재돼 있었다.

문제는 이 표범 카펫의 행방에 대한 의문이 지난해부터 계속 제기됐는데도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제야 유물을 소장했음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기간인 1951년 미국으로 반출됐다가 반환된 것으로 알려진 이 유물은 지난해 11월 인터넷의 한 블로그에서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고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조계종중앙신도회는 문화재청과 외교통상부에 행방을 묻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가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표범 카펫의 존재가 밝혀진 이날 오후 조계종 중앙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계 당국이 '관련 기록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답변한 지 7일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사실을 발표한 것이 의아하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정확한 목록이 없거나 소장품 현황을 잘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재 자료가 일반에는 물론 문화재청 및 다른 박물관과도 잘 공유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사무총장인 혜문스님은 이날 회견에서 "(불과 1주일전에도)문화재청 관계자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 등에도 표범 카펫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 국립 박물관 관계자는 "관련 유물의 사진 자료를 모은 자료집을 펴내고자 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잘 협조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가 재산인 문화재에 대한 기본 자료와 목록 정도는 일반에 공개돼야 마땅한데도 일반은 물론 다른 박물관에도 잘 공개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훼손 등이 염려돼 일반에 전시할 수 없다면 자료집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최소한의 정보라도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기본적인 자료 정보를 공개해뒀더라면 시민단체들이 표범 카펫의 행방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카펫에 대한 조사 및 고증 작업을 벌인 뒤 상설전시실이 개편되는 8월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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