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키크고 학벌 좋고 재산많은 '성골' 남성만 찾는지아내 사랑하고 화목한 가정 이루며 살면 되는데…

나는 명함 4가지를 사용한다. 회사에서는 성실한 대리,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연애강사, 얼마 전 네 번째 책을 계약했으니 작가이기도 하고, 또한 연애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다. 부모님 도움 없이 결혼해서 잘살고 있고, 이제 2개월 후 한 아이의 아빠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잘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패배자'의 인생을 살아오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얼마전 TV에 나온 한 여대생의 기준에 따르면 나는 '루저'였다.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보는 표현까지 덧붙이자면 나는 '지잡대'(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방 잡 대학'의 줄임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미친 척하고 한 가지 더 고백하면 나는 말을 더듬는 '더듬이'다. 이쯤 되면 나는 '1등급 루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그녀도 억울할 것이다. 방송이었기에 문제가 되었을 뿐이지 까놓고 말하면 요즘 세상에 그들(?)이 말하는 루저의 기준이 어디 신체적 '키'뿐이겠는가? 집 키도 중요하고, 차 키도 중요하니 어찌 됐든 그들에게 키가 중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심지어 예전에는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남자)도 인기였다지만, 요즘은 가난한 집에서 자수성가로 성공한 남자는 주변에서 모두 그 남자만 쳐다보고 매달리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많아서 싫다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진골'도 싫고 오직 '성골'만을 선호하는 그들을 보면 그냥 '사골'이라도 한 그릇 대접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결혼 나이는 남성 31.4세, 여성 28.3세다. 이를 기준으로 결혼적령기라 할 수 있는 30∼34세 남성이 197만5428명, 28∼32세 여성이 187만9523명이다. 즉 여성들의 숫자가 남성보다 100만 명 정도 부족한데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서인지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성을 볼 때 고려하는 것들이 많다. 1차적 요인은 나이, 직업, 학력, 가정환경, 키, 스타일, 지역, 종교, 집안 재산, 상대 부모 등이고 2차적 요인은 취미, 성격, 혈액형, 사주궁합, 별자리, 관상, 생년월일 등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사 때려치우고 닭가슴살 갈아먹으며 운동해도 2∼3년은 걸리는 이병헌 같은 근육은 옵션이고, 자칫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라도 진행되는 날에는 자칫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성은'을 입을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다. 물론 수십 년을 함께 살 사람을 만나면서 대충 고를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성골'이 왜 '진골'도 아닌 나 같은 사람을 만나겠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그만큼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형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그 '이상형의 이상형'이 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백묘흑묘론'을 펼쳤다. 남자가 키가 좀 작으면 어떻고, 학력이 좀 낮으면 어떠한가? 내 와이프 사랑하고, 아이들 잘 보살피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면 되는 것 아닐까?

듀오 대표연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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