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키니쿠, 불고기보다 세계화 앞서"

입력 2009. 10. 13. 07:21 수정 2009. 10. 1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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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라 도시오 日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일본의 야키니쿠(燒肉)는 재일교포가 만들어 일본 사회가 키운 음식입니다. 하지만, 한국식 불고기보다 세계화에선 한발 앞섰습니다"

한국에서 불고기라고 하면 쇠고기를 얇게 저며 간장 등의 양념에 재었다가 육수와 함께 불에 구워 먹는 요리를 말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야키니쿠는 불고기뿐만 아니라 갈비구이, 등심구이 등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요리를 총칭한다.

일본식 야키니쿠는 한국에서 건너간 음식이지만 한국이 대표적인 음식으로 내세우는 불고기나 이를 포함한 한국식 고기구이 요리보다 세계적으로 더 알려졌다고 아사쿠라 도시오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는 말한다.

일본은 업계 차원에서 8월29일을 야키니쿠의 날로 정해 여러 프로모션 행사를 벌이고 식당마다 독특한 양념과 조미료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으며 특히 체인점이 외국에 많이 진출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아사쿠라 교수는 "최근 대만에 갔는데 한국식 야키니쿠 식당도 있었지만 '고베 야키니쿠', '구마모토 야키니쿠' 등 일본 지명이 들어간 야키니쿠 식당을 여럿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야키니쿠란 단어는 대만에서 잘 알려져 있다"며 "몇 년 전 하와이 호놀룰루에 갔을 땐 한국계가 밀집한 구역에서 한글로 '야키니쿠'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적인 글로벌 시장에서 야키니쿠는 한국 스타일과 일본 스타일 양쪽의 전통을 보존하면서 각각의 독창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에서 야키니쿠는 일본 음식의 한 가지로 여겨진다. 젊은 사람들은 야키니쿠가 원래 한국 음식이라는 것을 잘 모를 정도"라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고 가정이나 패밀리레스토랑, 고급 식당 등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아사쿠라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 야키니쿠의 시작은 2차대전 후였다.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이 먹지 않던 내장을 구워 팔기 시작했고 이후 1950년대에 고기 소비가 늘고 소의 다른 부위까지 팔면서 야키니쿠 레스토랑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퍼졌다.

애초에는 연기가 자욱하고 기름기에 전 이미지 때문에 중년 남자들이 술 마시러 가는 곳이었지만 연기를 빨아들이는 장치가 개발되고 1970년대 외식 산업이 발달하면서 대중화됐다. 또 야키니쿠용 소스가 판매되면서 집에서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음식이 됐다.

갈비, 등심 등 쇠고기를 주로 먹지만 2000년 들어와 광우병 파동으로 삼겹살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아사쿠라 교수는 일본의 야키니쿠 식당이 한국의 식당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고 설명한다."한국엔 메뉴가 기껏해야 5~6개 정도지만 일본엔 60개 정도 있습니다. 일본에선 반찬도 따로 주문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한국에선 보통 한 부위만 먹지만 일본에선 '갈비 2인분, 등심 3인분, 내장 1인분' 이런 식으로 주문합니다. 가족이 함께 가도 취향에 따라 한 불판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따로 구워먹죠"

그는 "한국에선 주로 양념 된 고기를 구워먹었는데 1980년대 이후 생갈비가 보편화한 것도 일본의 영향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양념 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 비해 일본은 소재 자체의 맛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발은 한국에서 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고기 구워먹는 문화가 독창성을 발전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문화접변(文化接變.accultur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야키니쿠란 이름은 불고기를 직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일제시대에 불고기란 이름이 야키니쿠에서 왔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도 있다. 야키니쿠란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불고기란 단어는 1950년에야 사전에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아사쿠라 교수는 14일까지 열리는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와 대만 중화음식문화기금 공동 주최로 열리는 '세계화 시대의 동아시아 음식문화' 국제학술회의에서 '야키니쿠와 불고기'란 주제로 이런 내용을 발표한다.

kimyg@yna.co.kr < 실시간 뉴스가 당신의 손안으로..연합뉴스폰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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