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법무팀 '해고는 곤란' 의견에도 대량해고 강행

2009. 10. 1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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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한국방송공사(사장 이병순·이하 KBS)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둔 지난 6월, 연봉계약직 해고가 법률적으로 불리하다는 내부 법무팀의 보고에도 대량해고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나 '고용대란 조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는 '일자리가 희망입니다'라는 연중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 민주)이 입수한 KBS 내부 공문에 따르면,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있던 지난 6월 2일 KBS는 내부 법무팀에 연봉계약직 지상파 MD(Master Director, 주조정실 프로그램 송출감독) 직군에 대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의 법적 문제를 검토 의뢰했다.

KBS 법무팀은 6월 8일자 '연봉계약직 관련 검토 회신' 공문에서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정당한 사유 없는 갱신계약 체결 거절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확립된 판례"는 검토 결과를 통보했다.

전병헌 의원측이 공개한 6월 8일자 KBS 법무팀의 검토의견 중 일부분.

KBS 법무팀은 이 공문에서 "지상파 연봉계약직 MD의 경우 70% 이상이 5년 동안 반복해 1년씩 계약 갱신을 하면서 공사와 고용관계를 맺어왔음. 따라서 이는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것이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동일하다고 해석함이 상당함"이라는 검토 의견을 냈다.

법무팀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동일하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은 사실상 7월 1일부터 시행이 예정돼 있던 비정규직법에 따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법무팀은 또 "현 계약 만료시점에서 종료할 경우 그 효력과 관련해 법적 분쟁이 예상되며 소송으로 갈 경우에도 그 결과에서 공사(KBS)가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계약 종료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KBS 법무팀의 검토는 계약 내용·근무형태·전문성·근속연수 등을 특정하기 위해 MD라는 직군에 한정됐지만, 다른 직군들의 근속연수나 계약 내용 등도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연봉계약직 전체에 대한 법률 검토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전병헌 의원측의 분석이다.

ⓒ KBS

"법무팀 반대 묵살하고 해고 강행한 것은 정부의 '해고대란' 코드 아닌가"

그러나 KBS는 지난 6월 15일 경영회의를 열어 연봉계약직 중 422명 중 전문기자·고령자 등 3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300여명은 계열사 정규직으로 이관하며, 80여명에 대해서는 계약해지 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KBS 법무팀의 법률 검토 대상이 됐던 MD 직군도 대부분 무기계약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전 의원은 "계약직 해고자 중 35명이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며 "해고된 이들의 근속년수는 4~5년이고 최장 10년 된 노동자도 많은데 KBS가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회사 법무팀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해고를 강행한 것은 사실상 정부의 해고대란 코드에 맞춘 행위가 아니냐"며 "명색이 공영방송인 KBS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은 고사하고 비정규직에 대해 차별과 부당한 해고를 일삼는다면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병순 KBS 사장은 사실상 전임 사장인 정연주 전 사장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12일 오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비정규직 관련 질의를 받은 이 사장은 "타 방송사들은 (정규직 전환 시점 판단 기산점인) 2007년 7월 1일부터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를 해왔지만 KBS는 그냥 지나쳐 왔다"며 "사실상 (연봉계약직) 420명을 그대로, 단 한명이라도 더 신분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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