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한문해석법 논문 발굴

2008. 8. 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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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직의 필사본 '구두해법'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논어 첫 구절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요즘은 대체로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로 옮긴다.

번역의 정확성 여부는 차치하고 이렇게 될 경우 '學而時習之'와 '不亦說乎'로 두 구절로 떼어 읽는 셈이 된다. 이런 끊어 읽기를 구두(句讀)라 하고, 두 구절을 연결하는 '~면'과 같은 말을 현토(懸吐) 혹은 구결(口訣)이라 한다.

구두와 현토, 그리고 구결을 이용해 한문을 바르게 해석하는 방식을 체계화한 희귀 자료가 발굴됐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BK21 동아시아학 융합사업단 최식 연구교수는 19세기 초중반을 살다간 서울 출신 유학자인 금천(錦川) 임규직(任圭直.1811-1853)이 쓴 한문 해석 방법론인 '구두해법'(句讀解法)이란 논문을 찾아냈다고 31일 말했다.

이 구두해법은 규장각이 소장한 그의 필사본 문집인 '금천집'(錦川集.전18책) 중 권29 잡저(雜著) 항목에 수록됐으며, 총 분량은 10장이다. 구두해법은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밝힌 서문인 '구두해법서'(句讀解法序)와 '범례', 그리고 '내용'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서문에서 임규직은 어려서부터 책을 읽지만 구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말을 알지 못하고 뜻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비를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구두해법은 이른바 초학자를 위한 한문 학습교재에 해당한다고 최 교수는 밝혔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는 "이런 저술로는 서애 류성룡의 친형인 겸암(謙菴) 류운룡(柳雲龍.1539-1601)이 남긴 '분구독법'(分句讀法)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며, 더구나 이는 분량으로 볼 때 1장에 지나지 않아 이번에 최 교수가 발굴해 소개한 구두해법에 그 가치가 미칠 수는 없다"면서 "더구나 이번 구두해법에는 현대문법적인 요소들이 많이 나타나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임규직은 범례에서 "무릇 말을 풀이하는데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이' '은' '는'이라 한다"고 해서 현대문법의 주격조사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나아가 "무릇 구두의 위아래에 만약 허자(虛字)가 없으면 위아래 글 뜻에 마땅히 어떤 글자를 사용해야 말을 이루는지 살펴야 하니 예컨대 약(若)이나 구(苟. 만약) 등과 같은 글자를 넣어야 한다면 그 아래는 '이면'이나 '이어든'이라 하고, 수(雖)나 종(縱.비록) 등과 같은 글자를 넣어야 한다면 '이나'나 '이라도'라고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교수는 이번 구두해법이 ▲체제와 내용이 체계적이며 상세하고 ▲현토하는 방식이 다양하고 자세한 데다 무엇보다 문의(文義)와 문세(文勢)와 어맥(語脈)을 중시하며 ▲구두와 현토, 구결의 다양한 사례를 세분해 제시했으며 ▲허자의 의미와 쓰임을 주목한 점 등을 특징으로 들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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