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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완 시집 '당신의 텍스트'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시인, 대중음악 평론가이면서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멤버이기도 한 성기완(41) 씨의 세번째 시집 '당신의 텍스트'(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전작들처럼 전위적인 텍스트 실험으로 채워져있다.

"모든 시는 무의식의 자서전"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는 낯선 언어와 형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평론가 이광호의 말대로 "사랑과 연애를 둘러싼 담론들의 저 끔찍한 상투성을 뚫고, 또 하나의 이질적이고도 하드코어적인 사랑의 담화를 풀어놓"고 있어 감미로운 사랑 노래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건조하고 기계적이며 유혈이 낭자하기까지 하다.

"당신의 텍스트는 나의 텍스트 / 나의 텍스트는 당신의 텍스트 / 당신의 텍스트는 텍스트의 나 / 나의 당신의 텍스트는 텍스트 / 나의 텍스트는 텍스트의 당신 / 텍스트의 당신은 텍스트의 나 / 당신의 나는 텍스트의 텍스트 / 텍스트의 나는 텍스트의 당신 / 당신의 나는 텍스트는 텍스트 / 나의 당신은 텍스트의 텍스트"('당신의 텍스트 1-사랑하는 당신께')

'당신'과 '텍스트'와 '나' 세 단어로 '…의 …는 …의 …' 또는 '…의 …는 …는 …'라는 형식의 조합을 만들어 나열한 '당신의 텍스트 1'을 비롯해 '당신의 텍스트'라는 제목의 열한 편의 연작시는 실험적인 언어 조합으로 낯선 감각을 만들어낸다.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 수신확인 확인안함 수신확인 확인안함 / 수신확인 2007-10-26 13:50 // 헤어졌습니다"('당신의 텍스트 6-수신확인')

시집과 함께 나온 시인의 두 번째 솔로앨범 '당신의 노래'는 이번 시집과 쌍둥이격이다.

13개의 트랙 중에 시집에 실린 두 편의 시, '당신의 텍스트 1-사랑하는 당신께'와 '이불솜 틀어드립니다'가 배경음악 없이 낭송돼 수록됐는데 소리내 읽은 텍스트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리듬은 눈으로 읽을 때와는 또다른 효과를 준다.

140쪽. 7천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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