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술까지 파는 CGV

입력 2008. 4. 16. 09:08 수정 2008. 4. 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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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2곳서 맥주판매,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

관람객들 "영화관 본연의 역할 충실해야" 눈총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편집위원 = 대기업 계열로 전국적 영화관 체인점을 갖고 있는 CGV가 영화관 안에서 술까지 판매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대기업이 국민 여가생활 편의 제공에 노력해야 함에도 수익 제고만을 목적으로 영화관에서 술을 팔아 관람 분위기를 앞장서 해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실태 = CGV는 영화 관람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며 2006년 맥주 판매를 시작해 현재 대학로 CGV 등 전국 12곳에서 술을 팔고 있다. 50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CGV 영화관들은 인ㆍ허가 절차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는 대로 술을 팔 수 있는 허가를 받기로 하고 준비 중이어서 앞으로 술을 파는 CGV영화관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 등 일부 영화관들도 값비싼 영화관람료를 받고 와인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관람객들이 제한적이어서 CGV처럼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현재 영화관은 업종이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팝콘 등 간단한 먹거리는 팔 수 있지만 주류는 판매할 수 없다. CGV는 술을 팔 수 있도록 영화관 업종을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하고 있다. CGV는 캔 맥주 대신 생맥주 기계를 비치해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 관람객들은 1인당 2잔까지 맥주를 사서 극장 안으로 가져가 마실 수 있다. CGV 영화관 측은 관람객들의 희망에 따라 250cc와 500cc 두 사이즈로 생맥주를 제공하고 있다.

▲ 반응 = 최근 동네에 있는 대학로CGV를 찾은 40대 여성 관람객은 깜짝 놀랐다. 몇몇 사람들이 영화관 입장을 앞두고 대형 플라스틱 컵에 생맥주를 가득 담아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업원에게서 한 달 전부터 생맥주를 팔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냥 참고 영화관에 입장해 자리를 잡고 앉아 보니 여기저기에서 맥주가 든 플라스틱 컵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이제 더이상 영화관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겠네…." 하면서 관람 내내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14일 오전 대학로CGV를 찾은 60대 한 여성 관람객은 "영화표를 끊으면서도 맥주를 파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함께 영화 관람을 왔다는 60대 여성 역시 "금시초문"이라며 "다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자주 영화관을 찾는데 이런 식으로 영화관을 술집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다.

전아름(23. 여. 경기도 광명시) 씨는 "맥주 판매는 이익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냄새도 나겠고 취했을 경우 난동과 소동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술을 가지고 극장에 입장한다는 자체가 안 좋은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관은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여가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라며 "영화관이라면 영화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영(23. 여. 서울 미아동) 씨는 "술을 팔 때 등급별로 무슨 영화를 보는지 물어 본 다음에 술을 팔 것 같지 않다"며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의 경우 옆에서 어른들이 술을 먹을 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또다른 여성은 "극장이 맥주부터 팔기 시작한다면 조만간 와인과 양주를 팔 것 아니냐"면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CGV의 술 판매에 대해 맥주를 판다면 다른 곳에서 맥주 등 주류를 사서 들어간다고 해도 제지할 명분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가뜩이나 술집이 넘쳐나는 마당에 영화관까지 술을 판매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들이다.

술을 좋아한다는 40대 남성은 "맥주가 음료수처럼 돼 있어 구태여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다만 영화관 안에서 알코올이 들어간 술을 마시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로CGV 한 직원은 "맥주를 팔고 있는 이상 다른 주류를 가지고 들어간다고 해도 제지할 명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부작용에 대해 솔직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허가 관청 입장 = 대학로CGV에 일반음식점 허가를 내준 관할 서울 종로구청은 주류 판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지도 등을 통해 주류 판매를 자제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한 달여 전 CGV 직원들이 찾아와 다른 곳에서도 시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휴게음식점 허가를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해 와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허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청소년들이 극장을 자주 찾는 점을 감안할 때 술을 팔지 말았으면 한다는 권고는 했다"며 "술 판매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면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술을 팔지 말도록 행정 권고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CGV 입장 = CGV측은 국내 영화산업시장이 유례없는 불황기를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매점 메뉴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는 과정에서 맥주 판매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관의 주류판매는 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보편화한 현상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시행초기라 낯선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CGV 이상규 홍보팀장은 "청소년 대상 술 판매의 경우 신분증 제시를 통해 판매를 통제하고 있다"며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 현장 통제를 통해 문제가 없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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