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세상―한국화가 육심원 '공주' 이야기] 여자들의 '공주병 본능' 화폭에 옮겨

2007. 12. 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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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예쁜 척하는 '나 이뻐?', 오드리 햅번의 사랑스럽고도 요염한 포즈를 흉내낸 '오드리', 깜찍한 머리핀을 꽂고 얌전하게 웃는 '새침데기', 입술과 볼을 붉게 칠하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공주'(사진)…. 여자를 그리는 한국화가 육심원(34)씨가 창조한 인물들입니다. 이 여자들은 하나같이 공주병에 걸린 모양입니다. 왜 그런지 작가에게 여쭤보았죠.

"모든 여자는 공주가 될 권리가 있습니다. 나이든 할머니부터 소녀까지 모두 공주가 될 수 있고 또한 행복해야 합니다." 여기서 공주란 미스코리아가 아닙니다. 개성있고 표정있는 여자, 무엇보다 자신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공주라는 것이죠. 수다를 떨거나 화장을 하는 친구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작가는 "여자에겐 지혜가 힘이다"고 역설합니다.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나와 '21세기형 미인도'를 모색하는 육씨는 어머니로부터 "공주병이 단단히도 걸렸다"는 핀잔을 숱하게 받았다지요. 하지만 묵묵히 붓질에만 몰두하는 그의 작품은 파스텔같은 부드러움과 유화같은 화사함으로 가볍지 않은 미적 감각을 보여줍니다. 두꺼운 장지(壯紙)에 분채(粉彩)를 수십번씩 덧칠하는 수공(手工)에 의해 예쁜 공주들이 탄생하는 겁니다.

2002년 첫 개인전을 가진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은 생기발랄한 이미지 덕분에 기업은행과 태평양의 사보 표지화로 등장하고 하나은행과 CJ홈쇼핑의 CF모델로 주가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이어리 수첩 노트 볼펜 교통카드 등 각종 상품에서 다정한 친구처럼 얼굴을 내밀기도 합니다. 이들 공주의 연간 수입이 수십억원이라니 웬만한 연예인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죠.

예뻐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는 육심원표 공주들은 걸핏하면 화려한 의상에 신데렐라 구두 신고 사뿐사뿐 걸어가는 상상에 빠져든답니다. 하지만 상큼한 미소가 매력인 이들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처럼 미인의 조건은 얼굴에 있지 않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만화같은 얘기라며 시무룩한 표정짓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자신을 사랑하라."

이광형 선임기자

◆추천!육심원 7번째 개인전=2008년 1월10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AM(02-733-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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