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안긴 조그만 절, 감추사

2004. 11. 22. 08: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방상철 기자]몇 번 왔던 길을 되돌아 오랜 기억을 더듬다가 드디어 저희가 찾던 곳을 발견했습니다. 결혼 초에 한 번 우연히 들른 곳인데 오늘(11월 20일) 다시 그곳을 찾아가 봅니다.

세월이 흘러 벌써 8년이나 지났네요. 주차를 하고 철길에 내려섭니다. 철길을 무단 횡단하면 안 되는데 길이 이곳뿐이니 조심하며 주의를 살핍니다. 철길엔 주의표지판과 기차 지나가는 시간표까지 있습니다.

▲ 기찻길을 건너면 뭐가 있을까요? ⓒ2004 방상철 "하나도 변하지 않았군! 건너가 볼까?"그때 갑자기 열차의 기적소리가 들립니다. 저희는 놀라서 얼른 뒤쪽으로 물러났습니다. 시원하게 바람을 일으키며 기차가 지나갑니다. 한동안 멍하니 기차가 지나간 철로를 바라봅니다.

ⓒ2004 방상철 이 철길만 지나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해변과 기암괴석이 어울린 멋진 장소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곳에 조그만 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동해 "감추사"입니다.

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가면 옆으로 철조망이 바다를 둘러싸고 있고, 군 초소가 곳곳에 보입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 8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군 초소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옥석정이라는 정자를 지나 계단을 다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조그만 가게와 식당이 보입니다. 올 여름에는 사람이 많았겠지요. 지금은 이 곳 해변이 꽤 유명해져 이 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하지만 철 지난 바닷가는 찾는 사람이 없어 스산합니다. 저희 가족만 이 곳 해변에 서있습니다. 참, 아담하고 조그만 해변입니다.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어제 밤, 어느 이름난 해수욕장 민박집에서 잠을 청하는데 폭죽 소리에 놀라 몇 번이나 잠에서 깼습니다. 바다를 향해 쏘아올린 폭죽이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요?이름난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제일 많은 것이 뭘까요? 제 생각엔 아마 조개껍질과 담배꽁초와 폭죽 잔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지저분한 생각을 떨쳐내고자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 곳 감추 해변을, 눈이 빠지게 자세히 쳐다봅니다.

▲ 바위에 숨은 절의 모습 ⓒ2004 방상철 이제 감추사 문에 들어섭니다. 이 사찰의 창건은 신라 시대 선화공주라고 합니다. 공주가 병에 걸려 이 곳에서 기도를 하여 치료하였고, 그 은공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절이랍니다. 하지만 지금 이 절은 창건 당시 절이 아니라 해일로 유실한 것을 1965년에 다시 중건하였다고 합니다. 건물은 관음전과 삼신각, 용왕각, 요사채가 있습니다.

ⓒ2004 방상철 이 곳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입구에 있는 감로수인데, 지금은 수질문제로 마시지 못 한다고 써있습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바다의 파도가 만들어 냈을 그 약수를 이젠 마실 수 없다고 하니. 누구를 탓해야 하나요? ⓒ2004 방상철 각 건물들은 바위 틈새에 교묘하게 지어놓았습니다. 이 좁은 바위틈에 참 잘도 만들어 놨습니다. 한바퀴 휘 돌아보고 바다가 보이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중얼중얼" 기도문 외는 소리가 들립니다.

왜 사찰에 무속인들의 기도문 소리가 들리는 것일까요? 그리고 불상도 없이 그냥 바다만 정면에 보고 기도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있을까요? ▲ 누군가 금방 기도를 했었는지 촛불이 아직 타고 있습니다. ⓒ2004 방상철 아! 바다신인 용왕신기가 가장 왕성하여 무속인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여기 감추사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습니다. 동해바다의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촛불을 켜놓고 밤 새워 굿하고 기도하는 터가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2004 방상철 저도 기원을 하고 싶었는데 열심히 기도하는 무속인에게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길을 돌려 다시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삼신각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머리를 숙여보고 다시 저희 길을 떠납니다. 결혼 8주년 기념여행을 말이죠. 둘이 왔던 그 길을 이젠 셋이 떠납니다./방상철 기자<hr noshade color=#FF9900>덧붙이는 글감추사는 강원도 동해시 송정에서 묵호 간의 해안도로 중간지점인 용정동에 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기찻길이 보이고 "감추"라는 이정표가 크게 보입니다. 승용차는 대략 30~40대 정도 주차할 수 있으며 주차비나 입장료는 없습니다. 단지 감추사만 보러 동해에 가시는 것보다는 다른 여행지와 함께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