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방어·경멸·담쌓기.. 이런 부부는 갈라선다

2010. 4.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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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가족클리닉 최성애 원장이 제안하는 '부부싸움 제대로 하기'

"당신은 어떻게 된 사람이…." "그러는 당신은 뭘 잘했는데?" "당신도 그러잖아, 당신은 안 그랬어?"'어쭈….""어휴 지겨워. 또 시작이군…."

남편이, 아내가 있는 사람들은 이쯤되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올법하다. 바로 며칠 전, 아니면 몇 달 전 배우자와 싸우면서 주고받던 말들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에. 그 싸움의 뒤 끝이 아직 남아 있다면 부부싸움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부부싸움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싸우라고? 이혼하라는 것이냐"고 타박할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HD가족클리닉 최성애 원장은 "부부 사이 문제 중 69%는 풀리지 않는 것이어서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모든 부부가 이혼하지는 않는다"면서 "싸움의 내용이 아니라 싸움의 방식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부부싸움을 잘 하는 방법을 담은 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혼수전쟁(1993)' '부부사이에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2005)' '최성애 박사의 행복수업(2010)'. 세계적인 부부치료 전문가 교육기관인 가트맨 인스티튜트에서 최고과정을 이수한 최 원장은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 스타일로 싸우는 부부의 94%는 이혼이라는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부부싸움 제대로 하는 법을 알아보자.

◇이렇게 싸우면 이혼한다="당신이 항상 그렇지 뭐!" "만날 술이나 마시고 들어오고!" "결혼기념일 한번이라도 챙겼어?" 의견차이로 한 두마디 오고간 뒤에는 항상, 늘, 하나도, 절대로 등 그동안의 잘못을 모두 뭉뚱그려 비난하는 말들을 주고받는 부부들이 있다. 비난은 상대방의 인격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어 반응이 나쁘게 나오게 마련이다.

"이게 당신 탓이지 내 탓이야?" "왜 나만 잘못했다고 그래?" "그러는 넌 뭘 잘했는데?" 상대가 비난하면 방어를 하게 된다. 즉 "네 탓이지 내 탓은 아니다"라고 핑계를 대면서 반격을 시도한다. 이쯤 되면 싸움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잊은 채 케케묵은 일들을 들춰내며 목소리는 점점 커지게 된다.

"이 새대가리야""주제 파악이나 하시지." "흥! 꼴에 잘난 척은!" 비난과 방어를 주고받으면서 부부싸움이 깊어지면 급기야는 상대를 경멸하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경멸은 상대를 못난 사람 취급을 해 조롱하고 비웃는 것이어서 비난보다 훨씬 기분 나쁘게 한다.

한쪽에서 비난을 시작하면 '혼자 실컷 떠들어라' '이럴 땐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지' 이런 속셈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담쌓기를 하는 것이다. 싸우지는 않지만 적대적인 감정이 풀어지지 않은 상태로 불신만 점점 더 깊어져 부부관계가 틀어지고 만다.

◇이렇게 해보자=이제껏 이런 스타일로 부부싸움을 해왔다면 '이혼'이 결코 낯선 단어가 아닐 만큼 부부사이가 틀어져 있을 것이다. 최 소장은 "네가지 독으로 망가진 부부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해독제가 있다"고 했다.

비난에 대한 해독제는 적절한 불평과 요청이다. 예컨데 퇴근했을 때 어질러진 집을 보고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여자야, 집도 안 치우고"라고 말하면 비난이 된다. "집이 너무 지저분하네. 퇴근했을 때 나는 집이 좀 깨끗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보자. 이는 상황에 대해 불평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전하는 것(나 전달법,I 메시지)으로 싸움으로 번질 염려가 거의 없다.

방어에 대한 해독제는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즉 "요즘 피곤해서 집을 못 치웠어. 당신이 싫어하는 거 아는데 미안해요" 했을 때 계속 화낼 남편은 드물다. 이렇게 '요즘' '이번에는' '그 일에 대해서는' 정도로 인정하면 옛일까지 끌고 나올 필요가 없어진다.

경멸에 대한 해독제는 호감과 존중을 표현하는 것이고, 담쌓기에 대한 해독제는 대화를 하는 것인데, 실천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다. 최 소장은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고 싶다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꾸준히 적금 붓듯 해서 정서통장을 두둑이 채워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식당에서 두 남녀가 마주앉아 밥 먹을 때 대화를 나누면 연인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부라는 우스개가 있다. 평소에도 잘 나누지 않던 대화를 전투 중(?)에 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최 소장은 "문제가 있을 때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꺼내고,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잠시 그 자리를 피했다가 상대방의 말을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고 들어주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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