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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강요하는 학교?

한겨레 | 입력 2004.07.18 08:03

 




[한겨레] 고교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기독교 교육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1인 시위의 방법으로 항의를 하자 학교 당국이 전학을 권유하고, 그것도 계속 거부하자 제적을 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오래된 문제 가운데 하나를 밖으로 드러낸 것으로 상징하는 바가 자못 크다. 한 학생의 문제 제기로 학교 전체가 큰 충격을 받고, 나아가 교육청이나 교육부마저도 난감해하는 상황이라면 무언가 심각한 문제점이 들어 있는 구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학생 한 명의 거부와 저항이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면, 그것은 그 학생의 힘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 그 구조 속에 당당하지 못한, 무언가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반증한다. 고교 평준화 때문에 원칙적으로 학생의 선택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어떤 하나의 종교를 강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수십 년 넘게 그런 강요가 이어져 왔다. 교육 당국도 종교 교육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선교를 표방하고 설립한 사립학교로서는 종교 교육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그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는 학생들은 사실 엄청난 심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학생이 불교 학교에 배정을 받아 날마다 불경을 읽고 불상에 참배를 해야 한다면 기독교인으로서는 우상 숭배를 하는 것이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구나 불경 시험을 보고, 신앙의 깊이까지 평가를 받게 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한 걸음 물러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학교를 설립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선교일 것이다. 선교가 비신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오히려 비신자를 많이 받아 기독교 신자를 늘려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기독교가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종교임을 보여 주어 신앙을 갖게 하는 것이 정도이다. 기독교를 믿는 학생만 모아놓았다면 그들을 다시 선교하거나 전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신자이므로 신앙을 성숙시키는 일은 그 학생이 다니는 교회가 맡으면 된다. 기도와 예배를 강요하는 것은 분명히 한 인격에 대한 모독이요, 인권에 대한 폭력일 수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하면 다 성스러운 것이 아니다. 헌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이며, 아무 종교도 갖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그 학교의 전통과 선(善)과 믿음의 이름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 한성여중 교장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