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하숙비 선금" 하숙집들 담합에 학생들 속수무책

2012. 8. 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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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는 학교 근처의 하숙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다 당황하고 말았다. 비싼 하숙비도 부담스럽지만 그보다 6개월 또는 1년 치 하숙비를 선급으로 달라는 주인들의 요구 때문이다. 사정을 얘기해 보아도 "1년이나 6개월을 살지 않을 거면 받아줄 수 없다"며 "이 근방의 하숙집들은 모두 그렇게 하기로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A는 "한 학기가 시작되면 등록금에 생활비도 들어가는데 몇십만 원 하는 하숙비를 1년 치 선급으로 내면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몇백만 원을 한 번에 내라고 쉽게 얘기하며 나 아니어도 들어올 학생은 있다는 반응이니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대학가 인근에서 하숙하고 있는 학생 B는 하숙방을 나갈 수 없어 고민이다. B의 하숙집은 하숙비 1년 치를 선급으로 내는 대신, 1년 계약서를 쓰더라도 중간에 방을 뺄 때 들어올 학생을 구하면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숙비 두 달 치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뒤에 들어올 사람을 구하지 어려워 뜻하지 않게 한 학기를 더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B는 "이런 계약이 1년 하숙비를 선급으로 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하숙집 시설이나 위생상태 등을 비교해 볼 때 싼 방값도 아니다"라며 "요즘 하숙은 월세라고 할 수 없다. 학생의 입장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 위해 이런 식으로 거주를 강요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하숙집의 일방적인 요구를 비판했다.

하숙비의 부당한 거래, 대학생 주거문제 중 하나

하숙집 주인들로서는 주변 하숙집 주인들끼리 그렇게 하기로 되어있으니 지키지 않으면 소외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학생들이 하숙보다는 깨끗하고 시설이 더 좋은 원룸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두 달 살고 이사해버리는 경우에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하숙집 주인들이 학생들의 불만을 수용해 시설을 보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부당하게 강제로 살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러한 하숙의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실태는 대학생들의 주거복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 내 다른 지역 출신은 38%에 달하나 서울 주요대학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17%에 불과하다. 부족한 기숙사 수용률은 자연스레 하숙 및 자취로 이어지고 주거비용의 증가 및 하숙비 밀약 등 다양한 대학생 주거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대학생 C는 "기숙사는 시설이나 학교와의 거리 등의 면에서 가장 생활하기 편리하다. 졸업할 때까지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왜 신입생만 입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러한 기숙사 규정은 학생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는 것이며 그 결과로 학생들이 주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하숙비 밀약이 일어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주거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나 서울시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최근 서울시는 지방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사를 지어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새로운 제도들이 대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법적 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하숙비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과 달리 주택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법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2011년, 고려대∙서강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의 총학생회가 모여 '하숙비 밀약 해결을 위한 공동제소추진위'를 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집단제소를 하였다. 그러나 끝내 법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여 하숙비 밀약이 계속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학생들은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하숙비는 주택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현재 법률적인 구조방안이 없다고 본다. 하숙비 밀약 문제는 우리나라 장래를 위해서도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므로 입법부나 국회의원 사무실, 국민신문고 국무총리실 등에 청원하여 법제도 마련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빛나는 청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 20대 등의 수식어는 현재의 대학생들에게 적용되기 어렵다. 빛나는 20대를 즐겨보기도 전에 현실과 맞닥뜨려 등록금을 걱정하고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먹고 자는 문제만큼은 대학생들의 고민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가장 편안해질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대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거나 기숙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가 없다.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학생들은 또다시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하숙비 담합이라는 부당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법적인 제재 마련이 시급하다. 대학생들이 최소한 주거문제만큼은 고민하지 않고 주거에 대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유세희/인터넷 경향신문 인턴기자

(@YeSS_twit/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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