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학자가 '우리 모두 식인종'이라고 한 까닭

김철현 2016. 10. 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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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은 구조주의 인류학의 선구자 레비스트로스가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되는 날이다. 프랑스에서 장 폴 사르트르 이후 최고의 지성이라고 평가됐던 레비스트로스는 2009년 10월 30일 향년 100세로 타계했다.

1908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에서 교수를 할 때 남아메리카 오지를 탐험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작으로 꼽히는 '슬픈 열대'를 썼다.

그는 이 책에서 서구의 문명과 비서구의 야만을 나누는 것은 서구인의 욕망을 바탕으로 한 상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원주민들의 사고방식, 사회조직, 생활양식, 예술, 종교 등을 보여주고 본질적으로 문명인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야생의 사고'라는 저서에서도 레비스트로스는 문명인의 사고가 이른바 미개인의 그것에 비해 더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그에게 야생의 사고는 야만인이나 미개인의 사고가 아니라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였다.

[사진=아시아경제DB]

국내에서도 출판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유작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도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쓴 16편의 글을 모은 이 책은 야만과 문명의 이분법적 경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식인종과 미친 소를 관련지어 보자. 소의 뼛가루를 소에게 먹이고 그 소를 도축해 먹는 인간과 식인종이 무슨 차이가 있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모두 식인종인 셈이다."라고 썼다. 식인 풍습이라는 개념은 야만과 문명의 차이를 과장하려는 목적에서 조작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소에게 소의 뼛가루를 먹이는 것이 넓은 범위에서 식인 풍습에 속한다고 했던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에서 떼어낸 몸의 부분이나 물질을 다른 인간의 몸에 의도적으로 넣으려는 시도는 언제나 문제였다. 따라서 사회에서 축출됐던 식인풍습이란 개념이 앞으로 상당히 흔한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결국 타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가장 가난한 방법은 여전히 타인을 먹는 것이다"라고도 썼다. 초식 동물에게 동종의 동물을 먹게 하는 사육으로 생긴 광우병 등의 위험을 비롯해 인구 증가, 식량 부족 등으로 결국 육식이 식인 풍습만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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