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전쟁은 정치' 간파한 200년 된 고전

채인택 2016. 10. 2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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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지음
김만수 옮김, 갈무리
1128쪽, 5만5000원

전쟁은 오랫동안 물리적인 행동으로 간주됐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전쟁에 대한 관심은 ‘싸움의 기술’ 부문에 국한됐다. 군인들이 대열을 어떻게 짓고 어떤 무기를 어떻게 사용해야 적에게 효과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 전쟁을 힘의 물리학이자 대열의 기하학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전쟁으로 본 까닭이다. 하지만 이는 전쟁의 껍질만 본 것에 불과했다.

이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었다. 프로이센 군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다. 그는 전쟁을 ‘무력의 물리학’이 아닌 ‘인간 정신의 과학’으로 봤다. 전쟁을 심리학이자 정치학의 한 부분으로 여긴 셈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은 물론 전쟁을 결정하는 사람과 그 영향을 받는 사람까지 감안해 실증적인 전쟁 이론을 펼쳤다.
1815년 엘바섬에서 돌아온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에 패했다. [중앙포토]
그 정수를 담은 것이 『전쟁론』이다. 1818~30년에 쓰였으니 거의 200년 전의 작품이다. 그동안 전쟁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공격과 방어, 전술과 전략의 형태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졌다. 하지만 전쟁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인간의 정신은 바뀌지 않았다. 200년 전의 고전이 오늘날까지도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철학은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라는 말에 요약돼 있다. 국내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외치는 정치인, 험악한 국제정치 상황 속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외교관은 모두 이런 본질 속에서 움직인다. 이에 따라 『전쟁론』은 비단 군사학과 전쟁철학 분야뿐 아니라 정치사상·국제정치 분야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전쟁을 일으키거나 이를 막는 일은 바뀔 수 없는 국제정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가보다 상위의 행위자가 없는 국제사회는 무정부 상태일 수밖에 없다. 무정부 상태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힘뿐이다. 현실주의 국제이론의 시각이다.

한해 두 차례의 핵실험이 벌어지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줄을 잇는 한반도에서 『전쟁론』은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전쟁을 벌이는 이유를 알면 막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증오와 적대감이라는 원시적인 폭력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인간의 맹목적인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말은 전쟁 위협 앞에서 인간이 어떤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지를 웅변한다.

■[S BOX] 프로이센 역사, 18세기 유럽 철학…『전쟁론』 이해하기 위한 예습 과목

「전쟁론은 결정적인 결점이 있다. 18~19세기 유럽의 정치와 군사 상황과 사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로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프로이센의 루이스 페르디난트 왕자가 베를린 남쪽 예나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에게 어떻게 당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중에 세계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없다. 『전쟁론』에선 이런 상황이 수없이 등장한다. 이는 이 책의 날줄에 해당한다. 그 속에서 당시의 철학과 정치사상이 씨줄을 형성한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세한 해설과 설명이 필요하다.

『전쟁론』의 옮긴이이자 『전쟁론 강의』의 지은이인 김만수 박사는 여기에 주안점을 뒀다. 자신의 해설서인 『전쟁론 강의』를 동시에 출간했다. 전쟁의 의미를 곰곰 씹으면서 클라우제비츠의 혜안을 제대로 발견할 기회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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