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 축제

Steve Jo 2016. 9. 2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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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바르셀로나에서는 거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인간 탑이 세워진다. 스페인 최대의 축제 중 하나인 Les Festes de la Mercè, 자비의 성모 축제다.

성모와 도시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800여년전, 1218년 9월 24일로 시작된다. 아라곤의 왕 자우메 1세의 앞에 자비로운 성모께서 나타나 전쟁으로 끌려간 그리스도교인들을 구하라 하셨고 자우메 1세와 그의 기사 페레 놀라스크, 그의 사제 라몬 페냐포르트는 자비의 성모 수도회를 설립해 포로가 된 교인들을 도왔다 한다.

400여년 후, 그 도시는 메뚜기 떼의 습격과 돌림병으로 고통받았다. 도시의 시민들과 지도자들은 성모 마리아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렸고, 기도가 통했음일까. 메뚜기 떼는 물러가고 다시는 도시를 습격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1714년 프랑스의 침공을 받았을 때도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성모에 기도를 올리며, 한마음으로 싸워 도시를 지켜냈다.

바르셀로나 시 의회는 성모 마리아를 도시의 수호 성인으로 추대했고, 1868년 교황 비오 9세로부터 공인받게 된다. 도시를 지켜준 자비로운 성모를 기리는 축제는 교황이 공인하기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교황청 공인 후 9월 24일을 자비의 성모 기념일로 선포하게 됐고 바르셀로나 시 차원에서 9월 축제를 개최하게 됐다.

스페인 내전의 혼란 속에 모든 행사가 중지되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민주주의를 되찾은 오늘날 축제는 다시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메르세 축제는 가장 오래된 거리 축제의 하나로 그 전통과 시간을 자랑하지만, 현대적인 문화 예술을 받아들이며 발전하고 있다. 오래된 거리 퍼레이드와 인간 탑이 세워지는 한편에서 고대 건물이 레이저로 수놓아지고 행위예술가들이 동작을 뽐낸다. 바르셀로나 시장이 말하듯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살아있는 축제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축제 기간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펼쳐지는 행사는 600을 헤아린다. 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 행사(24일 19시). 카탈루냐 전통의 사르다나 댄스(상시), 커다란 인형들의 행렬(24일11시), 시청을 수놓는 레이저(상시), 폭죽과 괴수 인형 행진(25일 20시), 인간 탑 쌓기(24일 정오), 행사의 피날레인 불꽃놀이(25일 22시)등이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오랜 전통의 거인 행렬과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 등록된 카스텔(인간 탑 쌓기)의 현장에 다가가 보려 한다.

커다란 인형 행렬은 메르세 축제 이전에도 보이던 카탈루냐의 전통이라 한다. 지역 설화에 나오는 요정, 동물에 더해 축제의 주인공인 자우메1세와 영웅들이 행진한다. 요즘에는 현대 유명인의 얼굴도 등장해 웃음을 터트리지만, 다른 지역처럼 인형을 불태우지 않는다.

움직이는 인형 안에 들어있는 것은 사람이다. 젊은이도, 나이많은 할아버지도 가리지 않는다.

인형들의 행렬은 시내 곳곳에서 이어지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가장 큰 행렬은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다. 사진은 시청 앞 광장의 거인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모인 인파들이다.

빨간모자 요정 근처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복장, 같은 색의 허리띠를 하고 있다. 잠시 후 벌어질 인간 탑 쌓기에 참가할 각 단체의 유니폼이다. 

인간 탑 쌓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목시강가다. 목시강가는 지역의 전통적인 춤과 종교가 어우러진 춤으로, 사람으로 작은 탑을 쌓고 위에 오른 사람이 십자가를 표현한다. 이 춤의 탑이 점점 높아지며 바르셀로나의 카스텔, 발렌시아의 무이세랑가의 원형이 되었다 한다.

목시강가의 작은 탑과는 달리, 카스텔의 탑은 보는 사람이 아찔해질 정도의 높이를 자랑한다.

탑(카스텔)을 쌓는 사람들은 카스텔레레스라고 한다. 지역이나 길드로 이루어져 같은 복장을 하고 다른 단체(콜례스)와 높이를 경쟁한다. 아무런 장비도, 안전장치도 없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자기자신의 힘만으로 탑을 올라간다.

건장한 남성들은 기꺼이 다른 이의 토대가 되고

어린아이들은 두려움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한다.

가장 위의 어린이가 손을 높이 드는 것이 탑 완성의 신호다. 

함께 어려움을 넘은 구성원들은 성취감에 환호한다.

물론 세상 일은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탑이 무너지고, 부상을 입을 때도 있다. 

하지만 어릴 적 탑을 오르던 아이들은 자신을 지탱해주던 어른들의 든든한 팔과

하나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자라나, 

다시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어줄 것이다. 

메르세 축제는 성공적인 축제지만, 한번 맥이 끊겼던 축제기도 하다. 내전과 독재 아래 위기를 맞았던 전통을 사람들의 힘으로 복원해 냈다. 한국의 전통문화도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축제를 위한 축제, 돈을 위한 축제가 아닌 자부심과 즐거움이 가득한 축제가 열릴 수 있다. 


참고: 바르셀로나 축제 특설 페이지 (영문)

http://lameva.barcelona.cat/merc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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