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백인 경찰의 총, 흑인에게 가혹한 이유
타네하시 코츠 지음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248쪽, 1만3800원
“검은 몸을 하고서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저널리스트 타네하시 코츠(41)는 끈질기게 이 물음에 답을 구했다. ‘검은 몸’은 ‘꿈의 나라’ 미국에서 인간의 범주에 미달하는 반인간(半人間)으로 취급당한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엑스(1925~65)는 그래서 “당신이 흑인이라면, 당신은 감옥에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 깜둥이 새꺄, 이제 어쩔래?”라는 위협 속에 매 순간 ‘몸을 잃는 일’에 내던져지는 상황이 코츠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학시절 친구 프린스 존스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으나 그 경관이 기소되지 않았을 때, 그는 썼다.
“이 전체 사건이 당시 나를 두려움으로부터 내 안에서 타오르고 있던 분노로 이끌었고, 지금도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 (…) 그래도 나에겐 저널리즘이 있었어. 그 순간 나의 반응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거라도 가지고 있었다는 건 행운이었지.”(131쪽)
코츠는 검은 피부를 하고 태어난 열다섯 살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사십 평생 자신이 좇은 질문의 여정을 기록한다. “아들아,”로 시작하는 편지는 오래 묵은 슬픔이 차오르는 듯 때로 격정에 이끌리면서도 차분하다. 비무장 상태 흑인에게 경찰관이 총격을 가한 수십 건 사건을 상기시키며 그는 되풀이해 읊조린다. “네 몸이 파괴될 수 있다는 거야.” “네 몸은 파괴될 수 있어.”
“네가 알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이거야. 미국에서는 검은 몸을 파괴하는 게 전통이라는 거다. 그건 문화유산이다.”(160쪽)
검은 몸뚱이를 제압하고 지배하려는 ‘화이트 아메리카(White America)’, 즉 백인 남성 사회는 폭압 외에도 교활한 여러 방법으로 흑인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 그 한 예가 ‘빨간 줄긋기(redlining)’다. 흑인이 사는 빈곤층 거주 지역에 대출·보험의 금융 서비스와 소매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데 제한을 둔다. 이런 제도화된 차별 정책으로 자연스레 흑인만 모여 사는 빈민가인 미국 판 게토(ghetto)가 늘어나고 있다.
“잊지 말아라, 이 나라에서 우리는 자유로웠던 시간보다 노예로 살았던 세월이 더 길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흑인들은 250년 동안 사슬에 묶인 채 태어났다는 것을. 앞 세대가 전부 가고 나자 사슬밖에 모르는 더 많은 세대가 뒤를 이었다.”(112쪽)
제목 ‘세상과 나 사이(Between the World and Me)’는 미국 흑인 작가 리처드 라이트(1908~60)의 시 한 구절로, 미국이 내건 자유·평등·부 같은 이상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처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은유한다.
■흑표범당·프리덤 라이더스 민권 운동은 어떻게 좌절됐나
「지은이 타네하시 코츠는 책 전반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벌인 인권운동의 사례와 활동 단체를 언급했다. 코츠의 아버지는 세계에서 아프리카 관련 문헌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으로 꼽히는 하워드 대학교 무어랜드 스핑언 센터의 조사 사서였다. 그 덕분에 코츠는 어린 시절부터 흑인을 주제로 한 많은 책과 자료를 섭렵할 수 있었다.
블랙팬서당(Black Panther Party, 흑표범당)은 196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급진적 흑인 민권 운동 단체로 코츠의 아버지는 이 당의 지역대표였다. 프리덤 라이더스(Freedom Riders)는 1961년 5월, 남부의 인종 분리 정책을 규탄하기 위한 버스 원정대로 도중에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무차별 공격을 받아 흑인 민권 운동의 분수령이 됐다. 백만인 행진(Million Man March)은 1995년 10월 16일 워싱턴에서 흑인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열린 대규모 집회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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