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영화관서 짜장면·국밥·떡볶이.. 푸드코트인 줄 아시나요
지난 20일 영화 '덕혜옹주'를 보려고 서울 압구정동 한 영화관을 찾은 조모(30)씨는 영화 시작 30분 만에 밖으로 뛰쳐나왔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옆에 앉은 남녀가 포장해 온 양념치킨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스럭거리는 포장지 소리와 쩝쩝대는 소리가 거슬렸던 조씨가 이들에게 "좀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이들은 "우리가 뭘 먹든 무슨 상관이냐"고 따졌다. 조씨는 "냄새는 그렇다 치고 쩝쩝거리는 소리까지 참아가며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며 "외부 음식을 들고 극장에 들어올 수 있다지만 소리나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은 삼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 조치에 따라 국내 영화관에는 팝콘과 음료 등 영화관 스낵 코너에서 판매하는 것 외에도 외부 음식을 갖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주요 멀티플렉스가 외부 음식물 반입을 제한하는 것을 불합리한 규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해지자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관 반입 음식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몇몇 관객이 일반적인 '영화관 간식' 범위를 넘어 황당한 음식까지 객석에 들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최모(22)씨는 "어느 날 관객들이 다 나간 뒤 살펴보니 상영관 출입구에 짜장면과 탕수육 빈 그릇이 놓여 있었다"며 "배달 음식을 어떻게 들고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영화관 아르바이트생 이지연(25)씨는 "영화가 끝나고 자리 정리를 하다가 국밥 뚝배기와 깍두기, 수저를 발견한 적도 있다"며 "평일이었지만 인기 있는 영화라 관객이 절반 이상 찼었는데 항의가 없었다는 게 더 놀랍다"고 했다. 멀티플렉스마다 고객센터엔 "피자 한 판을 들고 와서 1L짜리 콜라와 함께 다 먹더라" "부스럭거리는 과자 봉지 소리 좀 막아달라" "햄버거는 물론이고 김밥, 만두, 떡볶이, 라면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등 항의가 쏟아진다.
영화관 측에서는 '족발, 순대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음식은 제외'라는 공지를 써 붙이지만 실제로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관객들 항의가 너무 많은데도 공정위 권고가 있으니 막을 수가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며 "그렇다고 관객들 가방을 일일이 뒤질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넣어 들어가는 관객들을 막았다가 '법대로 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스낵 코너에서 파는 오징어나 핫도그도 냄새 나는 음식 아니냐고 따지니 할 말이 없더라"고 했다.
네티즌 사이에선 관객 스스로 영화관 예절을 지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냄새 나는 음식'과 '소리 나는 음식'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관들 역시 외부 음식 반입 기준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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