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커플'이 '성공회 교우'?..넷플릭스 오역 논란

김지원 기자 2016. 8. 17. 18: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프로그램들의 적절치 못한 번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술적인 오역을 넘어, 가치관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번역들이 눈에 띄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은 더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한국 넷플릭스 채널을 통해 서비스 되고 있는 인기 영국 드라마 BBC <닥터후> 시즌6의 7화(A Good Man Goes to War)엔 한 군복을 입은 게이 커플이 등장한다.

인터넷 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닥터후> 번역. 좌측이 원문이고 우측이 한국 넷플릭스 번역 버전 /사진출처: 트위터

두명의 남성은 “Hello, I`m the thin one. This is my husband, He`s the fat one”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해당 원문은 넷플릭스판에서 “안녕. 난 홀쭉이고 이쪽은 내 친구 뚱뚱이야”로 번역됐다. ‘husband’를 ‘남편’이 아닌 ‘친구’로 번역하면서 뉘앙스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We`re the thin-fat, gay, married Anglican Marines”라는 대사가 나오면서 그들이 게이 커플이라는 것은 문맥상 확실해진다. 하지만 넷플릭스판은 이 대사 역시 “우린 성공회 교우이자 해병대 단짝이야”라고 번역했다. ‘gay(게이·동성애자)’ ‘married(결혼한)’ 등의 동성애를 나타내는 표현은 그대로 걸러지고 마치 그들이 절친한 친구 사이인 것처럼 표현된 것이다.

특히 해당 시즌엔 그들 외에도 1, 2편에서 한명의 게이 캐릭터(Canton Everett Delaware III)가 더 등장해 닥터후의 팬들은 7편 방영 후 “Who-canon(닥터후-경전)에 또 다른 두명의 게이 커플이 추가됐다”고 반겼고, 현지 언론에서도 “군인이 게이 커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그들을 포용한, 다양성 측면에서 좋은 시도를 보여준 에피소드”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동성애 뉘앙스를 문맥에서 지워버린 번역들은 더 존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시리즈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즌1에서 “You can watch your gay sports show tomorrow”란 인물의 대사는 “스포츠 프로는 내일 봐도 되잖아”라고 번역되면서 ‘gay’란 단어가 아예 해석에서 빠졌다. 직역하자면 “게이 스포츠 프로는 내일 봐도 되잖아”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한 트위터 유저는 문제가 되고 있는 트윗 내용을 공유하며 “넷플릭스가 번역에서 게이란 단어를 다 빼버리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트위터 유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자막 때문에 보기를 포기한 건 넷플릭스가 처음”이라고 신랄하게 번역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 번역업 종사자는 “넷플릭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기존에 음성적인 루트를 통해 개인 아마추어 번역자들이 번역해오던 것이 상대적으로 양성화됐다고 볼 순 있다”며 “다만 현재 넷플릭스에서 주로 지적되는 존댓말, 용어 미통일 등의 문제는 분산 외주로 인한 문제, 감수 과정 미비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타 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경우엔 한번 보고 넘기는 ‘일회성’이 있지만 인터넷 영상의 경우 되감기, 다시보기가 가능해 오류가 더 눈에 띌 수도 있다. 특히 넷플릭스 이용권을 결제하고 작품을 찾아가서 보는 시청자들은 능동적인 컨텐츠 소비자이므로 더욱 번역 문제에 민감할 수 있다”며 “사용자들의 오류 지적을 빠르게 감수,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넷플릭스 홍보팀 관계자는 “넷플릭스에서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경우엔 (넷플릭스) 내부에 전문 번역팀이 있다”며 “그 외의 판권을 사와서 서비스하는 TV, 영화 시리즈는 외부에서 번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