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 아픔 서린 '고종의 길' 복원된다

김인구 기자 2016. 7.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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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러공사관 피신경로 추정

9월 착공·내년 말 완공 예정



舊러공사관 원형대로 복구키로

올 아관파천 120주년맞아 추진

조선시대 말기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고종의 길’이 복원된다. 고종의 길은 1896년 일본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공사관으로 옮겨 거처한 사건인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 고종이 은밀하게 이동한 경로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20일 “한·미 양국이 2011년 서울 정동 미국대사관저와 덕수궁 선원전(璿源殿) 부지 사이에 경계벽 설치를 합의한 후 미국 국무부 재외공관관리국이 그동안 4차례 현장 조사하는 등 검토 과정을 거쳐 지난 6월 설계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9월부터 고종의 길을 포함한 선원전 일대 복원사업에 착공해 내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북서쪽 끝에서 구(舊) 러시아공사관(정동공원)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110m 가량의 협로다. 지금은 미국대사관저 부지여서 통행이 불가능하다. 문화재청은 이곳에 경계벽을 설치해 우선 미국대사관저와 선원전을 분리하고, 이 경계벽을 따라 길을 만들 계획이다.

이 길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할 때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제국 시기에 미국공사관이 제작한 정동지도에도 선원전과 미국대사관저 사이의 작은 길이 ‘왕의 길(King’s Road)’로 표시돼 있다.

선원전 영역의 본격적인 복원도 진행된다. 문화재청은 진전(眞殿)인 선원전을 비롯해 빈전(殯殿)으로 사용되던 흥덕전과 혼전(魂殿)인 흥복전 등 주요 전각과 부속건물 등을 복원할 예정이다. 진전은 왕의 초상화, 빈전은 왕이나 왕후 승하 후 시신, 혼전은 발인 후 부묘 전까지 신주를 봉안하던 곳을 말한다.

덕수궁 선원전은 고종이 대한제국 황제로 즉위하기 전 가장 먼저 신축했던 건물이다. 1900년 10월 화재로 소실됐다가 1901년 지금의 정동부지로 옮겨 세워졌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덕수궁 복원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2039년까지 약 560억 원을 들여 3단계 복원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지금은 건물의 탑 부분만 남아 있는 구 러시아공사관도 원형대로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올해 아관파천 12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청과 공동으로 구 러시아공사관 복원사업에 들어가 2021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구 러시아공사관은 고종이 피신해 국정을 수행하며 대한제국 건설을 구상했던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1890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립됐으나 6·25 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파괴됐다. 고종은 1897년 2월 구 러시아공사관을 떠나 경운궁(덕수궁)으로 환궁한 뒤 그 해 10월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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