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 결국 생태제방 건설하나

2016. 7. 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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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울산시 제안 적극 검토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는 생태제방을 쌓아 보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걸까. 생태제방안을 강하게 반대했던 문화재청이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3년간 추진했던 임시물막이 설치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또 다시 울산시와 신경전만 벌이다 암각화 훼손을 가중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문화재청은 생태제방 설치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고, 오는 21일 예정된 문화재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문화재위에서 부결된 적이 있는 안이고, 환경 훼손으로 인한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것 등이 여전한 과제이긴 하지만 합의만 된다면 암각화 보존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암각화 보존,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생태제방은 울산시가 최적의 암각화 보존 대책으로 주장해 온 것이다. 생태제방을 쌓아 대곡천 수위가 높아지면 암각화가 입는 침수 피해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재청은 제방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으로 암각화에 심각한 피해가 생길 수 있고 주변 환경 훼손이 불가피해 세계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줄곧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래서 지난 5월 임시물막이 설치 실험이 실패하면서 울산시가 다시 생태제방안을 들고 나오고 문화재청이 기존의 수위조절안으로 맞서자 양쪽의 공방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청의 입장이 유연해졌다. 우선 생태제방을 쌓는 것이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직접 점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세계유산 등재에서 주변 환경 보전 여부는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생태제방을 쌓으면 암각화 주변 산을 깎고 공사를 위한 도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암각화를 포함한 그 일대를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등재하려는 계획이 어려워질 수 있어 문화재청이 반대해왔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최근 유네스코에 생태제방을 설치할 경우 등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문의했고 “전문가를 불러 현장 점검을 받아보라”는 답을 받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음달 쯤에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전문가를 초청할 계획이다. 9월쯤에는 입국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제방이 암각화 보존을 위한 것인 만큼 긍정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그렇게 되면 과거 생태제방안을 부결했던 문화재위가 판단을 바꾸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몇 가지 조건을 붙여 울산시에 구체적인 안을 내보라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15m로 계획했던 생태제방 높이를 낮추고, 소음·진동의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 또 2013년 발견된 공룡 발자국 유적 발굴 대책, 주변 주민 및 환경 단체 설득 방안 등을 주문했다. 21일 문화재위원회에서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암각화 보존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동 문화재보존국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물막이 실험까지 실패로 돌아간 마당에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공감이 있다. 신중하게 좋은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산시 울주군 대곡천 전경. 생태제방안은 암각화가 입고 있는 침수 피해를 제방을 쌓아 해결하자는 것이지만, 주변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보존대책 근본적 시각차 극복할 수 있을까

생태제방안으로 의견이 수렴된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생태제방 공사로 인한 소음, 진동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암각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울산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형조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무진동공법이 나와 있고,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자문도 이미 얻었다”며 “생태제방 건설에 합의가 된다면 다시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제 울산대 교수도 “세밀한 부분은 검토해야 겠지만 소음, 진동은 큰 영향이 없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보면 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난제는 암각화 보존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극복할 수 있느냐다. 생태제방안은 암각화 보존이 가장 중요한 만큼 주변 환경의 훼손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본다.

그러나 암각화를 포함한 주변 일대를 하나로 보고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문화재계는 이런 방식이 최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생태’라는 수식어를 달기는 했지만 실상은 댐을 만들자는 거다”며 “암각화뿐만 아니라 주변의 천전리 각석을 포함해 일대가 선사시대의 유적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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