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詩밖에 쓸 줄 몰라요"

정상혁 기자 2016. 7.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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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大賞 20주년] 문예賞 - 이승훈

2016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승훈(74·사진)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 적 있다. "난 시밖에 쓸 줄 몰라요/ 벽에 못도 박지 못하고…." 시 '고백'에서 밝혔듯, 시인은 첫 시집 '사물A'(1969)와 최근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이다'(2014)를 포함해 지금껏 24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다.

시인은 1963년 등단 이래 끊임없이 아방가르드 정신을 추구해 왔다. '나'와 '언어' '대상'까지 버리고 시상(詩想)의 전복을 감행한 시인의 시 세계는 금강경(金剛經)을 만난 뒤 불교적 선(禪) 사상으로 전환한다. 평생을 고집해온 전위의 정신이 불교에 녹아들면서 '현대 선시(禪詩)'를 낳은 것이다. 만해대상 심사위원회는 "이승훈은 자신의 시와 시론서를 통해 현대 선시가 현대 시의 불가능성을 타파하는 첩경임을 증명하려 했다"고 밝혔다.

시력(詩歷) 53년. 시인은 "아직도 사는 게 서글픈 떠돌이 시인이자 자폐증에 시달리는 정년 퇴임 교수이자 선객(禪客)일 뿐"이라며 "언제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시를 썼지만 이제 시는 시를 모르고 나는 나를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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