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풉시다, 태양처럼.. 편견에 화냅시다, 불같이"

김한수 기자 입력 2016. 7. 8. 03:05 수정 2016. 7. 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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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大賞 20주년] - 만해대상 20년.. 명언의 産室 "만델라의 만해대상 수상은 빛에 조명을 더하는 것" ㅡ이란 영화감독 마흐말바프 "만해 '님'의 의미는 통일과 자유의 고른 실현" ㅡ고은 시인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ㅡ무지개공동회 천노엘 신부

"베푸는 사람이 됩시다, 태양과 같이. 우애를 퍼뜨립시다, 바람처럼. 무지와 편견에 대하여 열렬히 화냅시다, 불과 같이. 사랑의 씨앗을 마음들 속에 자라게 합시다, 땅과 같이. 서로에게 친절합시다."

지난 2009년 8월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만해마을에서 열린 제13회 만해대상 시상식. 평화대상을 받은 이란 출신의 여성 변호사 시린 에바디는 이렇게 수상 소감을 말했다. 장내는 일순 침묵이 감돌다 이내 천둥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테헤란대 법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시린 에바디는 이란 최초의 여성 판사였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혁명 후 판사직에서 쫓겨나고 1990년대부터 이란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며 200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날 수상 소감엔 자신의 삶 전체가 녹아 있었다.

만해대상 시상식장은 '명언의 산실(産室)'이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만해대상의 역대 수상자는 모두 105명. 한국인 외에도 25국 출신 36명(단체)이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6명, 수상 당시 전·현직 국가원수급이 5명에 이른다. 그런 삶의 무게가 온축돼 드러난 수상 소감은 한마디 한마디의 결이 다르다.

◇모두가 평화로울 때까지

"만델라가 만해대상을 받은 것은 빛에 조명을 더하는 것, 혹은 마주 보는 거울 두 개와 같다." 2014년 문예대상을 받은 이란의 영화감독 마흐말바프는 만해대상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그는 "언젠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진정한 평화를 이뤄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년에게 만해대상이 수여되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19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 시인 월레 소잉카(2005년 수상)는 "시인은 빛을 캐내는 광부"라며 '가족'의 개념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산과, 바다와, 분쟁과 오해, 때로는 서로에 대한 무지가 갈라놓고 있는 가족, 바로 그 가족에게 지극히 겸허한 마음으로 이 상을 바칩니다."

◇만해 그리고 '님'

만해대상 수상자들의 소감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님'이다. 김지하 시인은 1972년 10월유신 헌법이 공포된 다음 날 백담사 계곡에 머물렀던 때를 회상했다. 그 외에도 문인들은 "만해 '님'의 의미는 오늘 여기까지 와서 우리에게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통일과 자유의 고른 실현에 있을 것"(고은 시인) "만해 선생의 시들은 참으로 큰 나무들"(신경림 시인) "만해대상의 이름으로 내 존재가 수식되는 순간, 나는 비로소 만해를 나의 님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고 말했다.

◇새 다짐들

큰 상은 큰 다짐을 낳는다. 유종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는 만해의 시 '알 수 없어요'를 인용, "겨레의 별을 그리는 한 마리 불나방, 한 방울 약한 등불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천주교 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는 "남은 생애 발걸음의 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지 다시 한 번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했고, 발달장애인 공동체 '무지개공동회'를 이끄는 아일랜드 출신 천노엘 신부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안숙선 명창은 "더 많은 이에게 우리 소리를 전하는 것, 또 그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이가 감동받고, 치유되는 것, 그것만이 제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7년 제1회 만해대상 포교 부문 수상자인 숭산 스님의 수상 소감은 만해대상의 의미를 한마디로 말해준다. "만해 큰스님께서 제창한 '님'은 어디 있습니까. 님은 산에 있는 것도 아니오, 강에 있는 것도 아니오, 물에 있는 것도 아니오, 바로 각자 내 안에 '님'이란 것이 있습니다. 내 '참님'을 찾았을 때에 이 말세(末世)를 '결실시대'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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