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恨과 슬픔 달랜 전통 가요.. 만해 선생님과 닮았죠"
"한평생 노래만 불러온 제가 '만해문예대상'이라는 귀한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일제 시대, 민족 운동과 시(詩)를 통해 우리 민족의 설움을 달래고 앞길을 제시했던 선각자가 만해 한용운 선생이라고 배웠습니다."
2016 만해문예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수 이미자(75·사진)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처음엔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그러나 "일제 시대와 분단, 전쟁과 가난으로 괴롭고 힘들었던 시절에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을 어루만지고 달랬다는 점에선 제가 반세기 넘게 부르고 있는 전통 가요도 만해 선생님과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1965년 베트남 위문 공연 이야기를 꺼냈다. 직항편이 없던 시절 꼬박 사흘이 걸려 찾아간 파병 부대 식당 스피커에선 마침 자신의 '동백 아가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것. 그날 밤 위문 공연에서도 이씨는 이 노래를 불렀다. 장병들은 눈물을 훔쳤고, 이씨는 "장병들의 사기를 올려주기는커녕 괜히 마음만 아프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병들은 "괜찮다. 마음껏 울어서 가슴 후련하고 행복하다"고 말해줬다. 이씨는 "반백년 노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무대"라고 말했다.
이씨는 1958년 여고 2학년 때 한국 민간 TV 방송인 HLKZ의 신인 발굴 프로그램 '예능 로터리'에서 가요 부문 1등을 차지했다. 이 방송을 본 작곡가 나화랑씨의 연락을 받고 오디션을 봤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열아홉 순정' 등 다섯 곡을 나씨에게 받았다. 이 노래는 이씨의 데뷔곡이 됐다.
데뷔 이후 한 해에 10여 장씩 음반을 쏟아냈다. 1991년 KBS가 집계한 기준으로 그의 음반은 560장, 발표곡은 2069곡에 이른다. 지금은 2500곡으로 추산된다.
2002년 남북 동시 생중계된 평양 특별 공연과 201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던 한국 근로자 파독 50주년 공연까지 이씨의 노래는 세대·계층·국경을 뛰어넘어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이씨는 스스로를 '전통 가요 가수'라고 불렀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보태지도 빼지도 말고 불러야 해요. 가볍고 요란한 기교는 한두 번은 듣기 좋을지 몰라도 결국 나중에는 듣기 싫어지거든요."
반백년 노래 인생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가 가장 많이 썼던 단어는 '정석(定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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