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정말 사라질까'..웹사전 편찬자의 솔직한 고백
'검색, 사전을 삼키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사전은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총체다. 두꺼운 한 권의 책에 현재 통용되는 거의 모든 단어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다.
사전은 인간이 발전시켜온 검색 기술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사전 제작자들은 독자가 최대한 보기 편하게 내용을 구성하고, 연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편집하는 작업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는 사전의 위기를 불렀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책상에 꽂혀 있던 종이 사전이 사라져 간다. 인터넷에 접속해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이 됐다.
신간 '검색, 사전을 삼키다'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을 거쳐 카카오에서 웹사전을 편찬하는 정철 씨가 사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쓴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백과사전을 즐겨 봤다는 저자는 무엇이든 모아서 정리하는 일을 좋아했고, 메모지를 비롯해 딱지, 게임용 카드, 우표를 수집했다. 물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규칙이 있음을 발견했고, 축적(아카이빙)에 더욱 천착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서도 편집자로 활동하는 그는 사전 편찬자는 일반인과 다른 뇌 구조와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데이터베이스형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며, 이러한 사람은 지식을 쪼개서 정리하는 데 애착이 크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전이 의미 있는 콘텐츠로 계속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한다. 이미 종이사전은 개정 작업이 더는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웹사전은 신조어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사전이 여전히 가장 유용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현실이다. 저자는 구글에서 영어 단어를 검색하면 위키백과가 상단에 많이 나오는 이유가 정보의 순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온라인 사전을 위키백과에만 맡기지 말고, 여러 학자를 초청해 토론을 거쳐 추상적이고 근본적인 개념에 대한 정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저자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익숙해서인지 글이 깔끔하고 논리가 정연하다. 디지털 시대 지식의 변화상을 추적하고 분석한 저작으로서 손색이 없다.
책에서는 네이버와 다음 사전의 차이, 사전이 건조한 문체로 작성되는 이유, 한자사전과 영어사전의 역사, 사전 제작 과정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사계절. 252쪽. 1만3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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