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 얘기좀 해요-문화계 팩트 체크] 미인도 위작 권춘식의 진술 번복 어떤 게 맞나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2016. 5. 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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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한 권춘식(69)씨가 지난 3월 “내가 그린 게 아니다”고 번복했다가 다시 “내가 그린 게 맞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미인도’는 25년째 진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권씨의 진술은 어떤 게 맞는 걸까요.

A: 발단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인도’의 포스터가 곳곳에 나붙자 천 화백이 “내 작품이 아니다”며 발끈했지요. 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의 감정을 거쳐 진품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천 화백은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몰라보겠느냐”며 절필을 선언하고 큰딸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8년이 흐른 1999년, 검찰의 위작수사 과정에서 권씨가 “‘미인도’를 내가 그렸다”고 자백했습니다. 화랑을 운영하는 친구의 요청으로 가짜를 그렸다고 진술한 거죠. 하지만 작가서명 위조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완료돼 기소하지 못했답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천 화백이 숨지면서 ‘미인도’ 논란이 다시 불거졌지요.

지난 2월 SBS ‘스페셜’에 권씨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미인도’를 직접 그려 보이는 등 자신의 위작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후 불과 보름 만에 한 언론을 통해 “내가 그린 게 아니다”고 했습니다. “수사 당시 감형을 받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다” “손자에게 더 이상 거짓말쟁이 할아버지가 되기 싫다”는 게 번복 이유였지요.

당시 수사를 맡았던 최순용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형량이 높지 않았는데 감형 때문에 그랬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권씨는 “방송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위작범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방송에 대한 불만으로 위작 번복 돌출 발언을 한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죠.

권씨는 또 다시 입장을 바꿨습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를 대리하는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이 지난달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하면서 권씨의 진술서를 검찰에 전달했습니다. “지난 3월의 진술 번복은 화랑협회 관계자의 강권 때문에 압박을 느껴 이뤄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박우홍 화랑협회장의 얘기는 다릅니다. “며칠 전에 권씨와 통화한 적이 있다. 그가 ‘미인도’를 직접 본 적이 없는데 몇 호 정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4호 정도 된다고 했더니 자신은 소품을 그리지 않고 ‘미인도’도 그린 기억이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미술계는 자꾸만 말을 바꾸는 권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씨는 자신을 법적 자녀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2월 제기했고, 막내아들인 고(故) 김종우씨의 아들도 소송을 냈습니다. 유족들의 잇단 소송 제기에 권씨가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락가락하는 사람의 진술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한국 채색화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개척한 천 화백의 예술혼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는 문화계에 흘러 다니는 소문이나 정보, 의문, 논란 등 흥미롭지만 진위가 불분명한 얘기를 잡아 확인하고 검증하는 코너입니다. 독자들의 검증 요청을 환영합니다. therumorthat@kmib.co.kr(편집국 문화팀)로 메일 보내주시면 선별해서 기사에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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