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도 형태도..궁궐 현판 4분의 1은 '엉터리'
<앵커>
서울 광화문 현판을 복원하면서 바탕색과 글자색이 뒤바뀐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죠. 그런데 광화문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궁궐에서도 색깔이 뒤바뀐 현판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장세만 기자입니다.
<기자>
1895년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의 손에 최후를 맞았던 경복궁 내 옥호루입니다.
2007년 복원하면서 새 현판을 달았는데 검은 바탕에 흰 붓글씨로 당호를 썼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찍은 사진에는 색깔이 정반대입니다.
새 현판에 없는 작은 글씨의 낙관도 보입니다.
원본 복원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혜문 대표/문화재제자리찾기 : 현판은 그 건물의 얼굴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색깔이 뒤바뀌었다는 건 원형이 심각하게 훼손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경복궁에만 글자와 바탕 색깔이 뒤바뀐 현판이 9개, 단청이나 장식 등의 오류까지 합치면 모두 15개 현판에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1990년대 경복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사진 대조 등 정밀한 고증 없이 부실 복원한 탓입니다.
문화재청이 서울시내 주요 궁궐 현판을 일제 조사했더니 모두 289개의 현판 중 73개가 원형이 바뀐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운연 과장/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 : 단순하게 색상만 변화된 건 바로 조치가 가능할 것 같고요. 형태가 바뀐 건 신중히 검토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재청은 역시 색 뒤바뀜 논란을 빚고 있는 광화문 현판에 대해서는 이달 말 자문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낼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 영상편집 : 김병직)
장세만 기자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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