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토성 봉니 위조여도 낙랑평양설 흔들림 없어"

조태성 2016. 3.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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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상고사 쟁점 1차 토론회 격론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 상고사의 쟁점: 왕검성과 한군현’ 토론회에서 청중들이 발표자의 주장을 듣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학계에서 낙랑토성 봉니의 위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저뿐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도 의심되는 정황들이 있는 건 맞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을 해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낙랑군 평양설에 이견이 없습니다.”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열린 ‘한국 상고사의 쟁점: 왕검성과 한군현’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선 정인성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낙랑군 평양설’은 지금으로서는 흔들리지 않는 정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식민사학’ ‘사이비역사학’으로 서로 비판하는 강단사학과 재야사학간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자리였다.

눈길을 끈 것은 강단사학을 대표하는 정 교수의 ‘일제 강점기 토성리 토성의 발굴과 출토유물 재검토’ 발표였다. 평양 남쪽 토성리 토성 유적에서는 낙랑군임을 뒷받침하는 유물들이 대거 출토돼 이 토성을 흔히 ‘낙랑토성’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유적 발굴은 1930년대 일제 관학자인 세키노 다다시가 주도했다는 점 때문에 오래 전부터 재야사학쪽의 의심을 사왔다.

정 교수는 “일부 위조가 의심되지만 흥분해서 비난한다고 내용이 바뀌는 건 아니다”며 “일제 자료라고 무조건 내칠 게 아니라 꼼꼼하게 분석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세키노의 발굴 작업을 둘러싼 일본 학자들 사이의 열띤 논쟁 등을 언급하면서 일본 학자들이라고 처음부터 낙랑 유적이라고 정해놓고 접근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세키노의 언행에 문제가 있고 여기서 나온 봉니(封泥ㆍ죽간이나 목간 등을 봉한 진흙)가 모두 진품이라고 확신하기엔 의심할 만한 부분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평양 일대 발굴 전 세키노가 이미 중국 봉니를 입수한데다, 처음 수집가들이 가져온 봉니를 믿지 않다가 뚜렷한 근거 없이 갑자기 낙랑 봉니를 진짜라고 감정하는 등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교수는 “발굴 당시 자료들이 가장 풍부하게 있는 도쿄대 발굴보고서를 비롯해 이제껏 공개되지 않은 당시 발굴단 개인이 남긴 현장기록, 유물수습 봉투 등 모든 자료들을 꼼꼼하게 검토했을 때 의도적으로 유물을 위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불어 닥친 낙랑 발굴 붐 등을 감안할 때 “수집가나 골동품상들이 미리 발굴 현장에 묻어두었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 봉니가 안정적인 층위에서 출토되는 상황을 기록한 것이 없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토성 주변이 3,000~4,000기에 이르는 고분을 포함한 대규모 유적지가 발굴되는 평양 일대라는 점 등을 들어 “다른 증거 자료들이 충분해 일부 봉니 위조가 있다 한들 낙랑군 평양설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야사학을 대표하는 복기대 인하대 융합고고학과 교수는 “평양지역에서 발견된 중국계 유물이 몽골 북부 일부 지역에서도 나오는데 그건 교류의 증거로 간주된다”면서 “낙랑 유물이라는 것도 결국 지배가 아닌 교류의 증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낙랑 관련 논문이 1,000편 정도 되는 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면서 “고고학 증거에 앞서 문헌 증거들을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날 토론장은 이런 차분한 논의보다 끊임 없이 고성이 오가는 등 어수선했다. 식민사학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자, 증거 없이 아무렇게나 주장하는 건 오히려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공방이 교차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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