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주년 3.1절]안견의 '몽유도원도', 우리 국보 아닌 '일본 중요문화재'인거 아십니까

김유진 기자 2016. 3. 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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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독립 만세" 힘껏 외쳤지만..우리 혼 담긴 문화재 6만점 여전히 일본에..비공식 집계 수십만점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대한독립 만세" 힘껏 외쳤지만…우리 혼 담긴 문화재 6만점 여전히 일본에…비공식 집계 수십만점]

안견, '몽유도원도', 1447년, 비단에 수묵담채, 38.7×106.5㎝, 일본 덴리대학 중앙도서관.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은 1447년 정묘년 4월 단꿈 하나를 꾼다. "잠이 들려고 할 즈음, 갑자기 정신이 아련해지면서 깊은 잠에 빠졌고 이내 꿈을 꾸게 되었다." 박팽년과 함께 산속을 걷다 갑자기 험준하고 기이한 절벽을 마주한 안평 대군. 그는 말을 타고 더 들어가 복숭아 나무가 가득한 도원에 들어선다.

천재 화백 안견이 안평 대군의 꿈에 나온 무릉도원을 화폭에 옮겨 담은 그림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복숭아 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쳐 마치 노을이 지는 것 같았다는 절경을 담은 그림이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사연을 알 정도로 귀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지만, 이 그림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중요문화재 1152호로 지정돼 있다.

몽유도원도뿐만이 아니다. 국사 교과서에 '우리나라의 자부심'이라며 자랑스럽게 적혀있는 현존 동양 최고(最古)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일본 류코쿠대학교 도서관에 있으며, 인자한 미소와 고운 선이 아름다운 백제 7세기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국보급 불상이지만 현재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1459년 이전 모사본, 148×164㎝, 일본 류코쿠대학 도서관에 소장.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이렇게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3.1절이 97년이 지났지만, 우리 문화유산들이 여전히 일제 강점의 고난을 겪고 있다. 우리의 혼이 담긴 유산들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수탈된 뒤 그 목록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기준 일본에 있는 것으로 확인한 문화재는 전체 반출 문화재의 42%에 달하는 6만7708건. 그러나 학계는 정부가 확인하지 못한 문화재까지 포함해 최소 30만 점에서 최대 100만 점까지 일본에 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많은 문화재가 일본 소유지만 현황 파악이나 환수가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965년 6월 양국 정부가 맺은 한일협정도 한 몫 한다. 당시 정부는 일본과 한일협정을 체결하며 부속 조약 중 하나로 '한일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일본으로부터 1431점의 문화재를 돌려받는 것으로 이 문제를 일단락했다.

국민대 일본학 연구소 류미나 교수는 "그러나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남은 합의의사록에 '일본 정부는 일본인 개인사유 문화재를 한국에 돌려줄 수 있도록 권장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 부분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가 문제를 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문화재 환수는 양국 정부가 서로를 다독이는 외교 관계와 양국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며 "일본 내에서도 수많은 시민단체가 우리나라로의 문화재 환수를 돕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적대감을 내세우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도 "문화재 환수라는 작업이 100% 정부의 노력 만으로, 혹은 민간의 노력 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계 관련자들의 협조를 통해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현황을 파악하고, 돌려받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의 저자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3.1 운동을 통해 대한독립을 외쳤듯, 일본에 가 있는 문화재에 대한 환수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며 "문화재 반환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본으로 반출됐다 돌아온 대표적인 우리 문화재로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과 '조선왕조의궤'가 있다.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은 도쿄대학 도서관에, 조선왕실의궤는 일본 왕실인 궁내부에 소장돼있다 각각 2006년과 2011년 국내 반환됐다.

김유진 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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