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 예술감독, '예술 검열'에 항의 사퇴

문학수 선임기자 2015. 11. 1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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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사진)이 비판적 예술가에 대한 ‘정치적 검열’ 의혹으로 비판을 받는 와중에 김서령 예술감독이 “예술감독의 책임과 권한을 무시한 국립국악원”에 반발, 자진 사퇴했다.

김 감독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립국악원의 공연 취소 및 변경 사태와 관련해) 10월30일자로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예술감독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 산하 예술기관들의 ‘정치적 검열’과 관련, 국립 예술단체의 예술감독이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6일 공연이 예정된 ‘소월산천’ 무대에 오를 국악연주단체 ‘앙상블 시나위’에 극단 골목길(예술감독 박근형)이 맡은 연극적 요소를 빼고 공연하기를 요구했다. 앙상블 시나위가 요구를 거부하자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골목길의 연출가 박근형씨는 2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가 포함된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다가 이번 정부 들어 각종 지원에서 배제된 의혹의 당사자다.

김 감독은 “국립국악원 측이 갑작스럽게 공연의 취소, 또는 앙상블 시나위의 단독 공연을 통보해왔으나 예술감독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국립국악원 측과 여러 차례 전화로 논쟁”했으며, “결국 국악원 측에서는 앙상블 시나위에 직접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예술감독으로서 예술적 판단, 책임으로 결정한 공연 프로그램을 예술감독의 의견을 묵살하고 ‘위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한 셈이다.

이와 관련, 안무가 정영두씨는 ‘국립국악원의 특정 예술가 배제’에 항의하면서 출연을 거부, 또 다른 공연이 취소됐다. 또 13일로 예정된 ‘여향’에서 공연하기로 한 안무가 차진엽씨·거문고 연주자 심은용씨·소리꾼 권송희씨의 공연도 취소됐다. 김 감독은 “이미 공연의 구성과 연출까지 마친 상태였는데, 국립국악원 측이 갑자기 조명과 음향을 들고 나오는 것을 예술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여향’ 공연은 홈페이지에서 홍보가 되고 예매까지 받았는데, 공연 취소 및 변경에 대해 어떤 공식적 안내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시대와 공감하는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 국악과 다양한 장르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의도에 공감해 예술감독직을 수락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국립국악원은 애초의 기획 취지뿐 아니라, 예술감독의 책임과 권한도 완전히 무시했다. 더 이상 예술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존재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립국악원은 공연 취소 등과 관련,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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