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유통 K팝 88%가 불법복제..이젠 달라진다

이기창 2015. 6. 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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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음원·게임해킹·韓영화 도촬 등 형사처벌도 가능지재권 소송시 한달 넘게 걸리던 '권리자 인증' 간소화WTO기준보다 센 보호조항..中체결 FTA 중 가장 강력

◆ 한·중 FTA 공식서명…거대 문화시장 열렸다 (下) ◆

한·중 합작영화 '20세여 다시 한번'의 한 장면. 지난해 개봉해 국내에서 865만8000여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이다. 제작사 CJ E&M은 이 영화로 3억5000만위안이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중국은 세계적인 '짝퉁' 천국이다. 한류 콘텐츠의 불법 유통 피해도 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12~2013년 조사한 결과 중국 내 온라인에서 한국 영화의 불법 이용 비율은 41%, 음악은 무려 88%, 드라마는 15%에 달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제작사의 판권 수익이 6억원에 그쳤던 한 이유는 중국인 상당수가 불법 경로로 이미 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런 점에서 지난 1일 한·중 양국이 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 내용 가운데 제법 눈에 띄는 분야가 바로 '저작권 보호'다. 게임을 비롯해 방송 영화 K팝 등 다양한 장르에서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저작권 관련 다수 조항을 포함한 한·중 FTA 협정문에 지난 1일 정식 서명했고, 국회 비준 등 발효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여기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다자간 저작권 규범인 'TRIPS'의 보호 수준보다 센 조항이 7개나 포함됐다. 이는 지난해 중국과 FTA를 발효한 스위스(1건), 아이슬란드(0건)보다 훨씬 많다. 이 기준에서 보면 중국이 이미 다른 나라와 체결한 12개 FTA 중 가장 강력하다.

우리 콘텐츠 업계가 제일 반기는 조항은 '권리자 추정' 원칙이다. 한국 기업이 불법복제 등 중국 시장 내 저작권 침해 행위에 법적 대응을 하려면 소송에 앞서 '권리 인증'이라는 별도 절차를 거쳐야 했다. 자신이 정당한 '권리자'라는 점을 중국 공안이나 법원에 입증하는 과정으로 평균 15~30일이나 걸린다. 하지만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 당국은 음반·게임·드라마·영화에 적혀 있는 이름이나 로고 따위를 근거로 아티스트·제작사 등을 권리자로 추정한다. 한류 기업들이 '권리 인증' 없이도 중국 내 법적 대응을 신속히 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경제적 피해와 증거인멸이 순식간에 이뤄지는 중국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업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대다수 한류 콘텐츠는 인터넷을 매개로 유통된다. 그만큼 불법복제도 많다. 이번 FTA엔 디지털 환경 맞춤형 조항도 다수 포함됐다. 중국 당국은 FTA를 계기로 "인터넷상 반복적인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 불법 웹사이트 제재 등 중국 정책이 미흡할 경우 한국 정부는 '한중FTA지재권위원회'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중국에 요구할 수 있다. 중국 내 영화관에서 한류 영화를 촬영한 다음 이를 인터넷에 올리거나 DVD 같은 형태로 복제·배포하는 행위는 이제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한·중 양국은 아이디·패스워드나 록(lock) 같은 저작물 접근 통제 장치나 디지털 기술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에선 정당한 이용자가 아닌 사람이 온라인게임 아이디를 해킹해 불법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를 엄격히 금지하겠다는 얘기다. 디지털 저작물의 판매·복제·소유권 이동 등을 기록해놓은 일종의 '꼬리표'인 권리관리정보(RMI)를 훼손·변경·제거하는 행위도 이와 마찬가지로 규제한다.

방송사업자 권리도 대폭 강화했다. 현재 중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무단 중계·녹화·판매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한국 방송사는 이를 사후에 막을 수 있는 권한만 갖고 있다. 이의를 제기하기 전의 침해 행위는 구제받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새 규정은 '사전 허락권'도 부여하며 중국은 새 규정에 따라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 방송사들은 이를 토대로 민·형사·행정구제를 받을 수 있다. 우리 방송 신호의 중국 내 저작권 보호 기간도 기존 20년에서 중국 수준인 최소 50년으로 대폭 늘렸다.

이와 관련해 민영동 한국방송협회 부장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방송이 국내 수준의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피해보상 원칙도 명확히 했다. 콘텐츠 산업 속성상 침해 발생 시 피해액을 정확히 따지기가 어렵다. 이 경우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마저도 계산하기 어렵다면 피해자가 최대 50만위안(약 89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무분별한 베끼기, 무단도용 등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게임업계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문가들 평가는 긍정적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나승복 변호사는 "한국이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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