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전 경복궁 환하게 밝힌 '불' 근원지 찾았다

박동미기자 2015. 5. 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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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당 터서 '전기등소' 확인

美 에디슨 전기회사가 세워… 사절단 건의에 전등설비 계약아크등·탄소봉·절연체 출토… 1887년 1∼3월쯤 최초 점등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해서 '건달불', 혹은 향원지(香遠池)의 물을 끌어올려 생산해 '물불'이라고도 불렸다. 128년 전 경복궁을 환하게 밝히던 그 '불'의 근원지를 찾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7일 지난해부터 시작한 경복궁 영훈당(永薰堂) 터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1887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전기발전소인 '전기등소(電氣燈所)'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흥복전(興福殿)과 향원지 사이에 위치한 영훈당은 내각회의와 경연, 외국 공사 접견 등 왕의 편전(便殿·임금이 평상시에 거처하는 전각)으로 사용된 흥복전의 부속 건물이다. 그동안 전기등소는 향원지의 북쪽과 건청궁(乾淸宮) 남쪽 사이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 북쪽 사이에 자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곳에서 원료인 석탄을 보관한 탄고(炭庫)와 발전소 터 등 국내 최초로 세워진 전기등소 유구가 확인됐다. 또 아크등에 사용됐던 탄소봉과 연대(1870)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전기 관련 유물도 출토됐다.

이 전기등소는 미국의 에디슨 전기회사가 세운 것으로, 조선 왕실은 보빙사(報聘使·1883년 민영익 등 11명으로 구성돼 최초로 미국에 파견된 사절단)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이 회사와 전등 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 1887년 1월 완공됐으며, 최초 점등 일은 같은 해 1∼3월로 추정된다. 당시 발전 규모는 16촉광(燭光·1촉광은 양초 1개의 밝기)의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는 설비로 알려졌다. 주로 건청궁 내 장안당(長安堂)과 곤녕합(坤寧閤)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을 밝혔다.

유은식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전기등소의 정확한 위치가 규명됐으며 백열전구가 아닌 아크등이 사용된 흔적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국내 전기 발전사 연구에 있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는 문화재청에서 추진 중인 '경복궁 복원정비계획'에 따른 경복궁의 원형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영훈당 터에서는 영훈당 본채와 함께 부속 행각지 등 건물지 6동이 확인됐다. 조사된 영훈당의 칸 수와 용도는 '궁궐지(宮闕誌·조선 시대 궁궐 각 전각의 명칭·위치 등을 적은 책)'와 '북궐도형(北闕圖形·1907년쯤 제작된 경복궁의 평면 배치도)'의 기록과 일치하며, 본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행각이 서로 잇닿은 '일(日)' 자 형태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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