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벚꽃 논쟁' 중국까지..진짜 원산지 어디?

김필규 입력 2015. 3. 31. 22:15 수정 2015. 3. 3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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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질문을 던져놓고 보니 저희도 참 궁금한데요.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이냐 일본이냐.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나오는 논쟁이긴 한데, 올해는 여기에 중국까지 끼어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과학적 논쟁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상황인데,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31일) 팩트체크에서 제대로 한번 파헤쳐 보겠다고 합니다.

김필규 기자, 중국 얘기는 조금 있다 하기로 하고요. 우선 한국과 일본 간에는 주장이 어떻게 엇갈리고 있는 겁니까?

[기자]

우선 벚나무의 종류를 말씀드릴 텐데요, 벚나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개는 잎이 먼저 납니다. 이런 경우 보기도 좋지 않고, 크기도 작습니다. 그래서 예쁘지 않은 건데요.

원산지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바로 이 왕벚나무입니다. 일단 크기도 15~20m 정도 자랄 수 있는 큰 나무고요, 또 꽃이 먼저 흐드러지게 폈다가 한번에 확 지는 장관이 펼쳐지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인기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왕벚나무를 두고 자신들이 원산지고 한국에 있는 건 일본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던 거고요, 한국에서는 "원래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자생종이다"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각각 그렇게 이야기하는 근거들이 있겠죠?

[기자]

먼저 일본에 있는 왕벚나무 '소메이 요시노'라는 종인데요, 일본 학계에서는 이게 자국에서 자라는 올벚나무와 오오시마벚나무가 교잡된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제주도 벚나무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거죠.

한국에서는 1908년 프랑스인 신부가 제주도에서 처음 표본을 채집했는데, 현재까지 왕벚나무 자생지가 존재하는 곳, 발견된 곳은 한국뿐입니다.

또 일제강점기인 1933년엔 일본 학자가 "소메이 요시노는 제주도에서 기원했다"는 논문을 냈거든요.

일제시대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니 왕벚나무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거죠.

[앵커]

그러면 제주도의 왕벚나무와 일본의 소메이 요시노, 둘은 외견상으로 구분이 됩니까?

[기자]

그래서 제가 준비를 해왔는데요. 저 중 하나가 제주 왕벚나무고, 하나가 소메이 요시노인데, 어떻습니까? 구분이 되시나요?

[앵커]

구분이 됩니다. 오른쪽이 소메이 요시노인가요? 그런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어떻게 맞혔는지 궁금합니까? (네.) 그냥 찍었습니다. 구분이 잘 안 되기 때문에 그냥 찍었는데, 맞긴 맞았군요. 알겠습니다.

[기자]

지금 보시는 것처럼 구분이 잘 안 되고요. 그래서 이제 제주 왕벚나무, 소메이 요시노. 전문가들도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가요? 제가 구분한 거군요.

[기자]

전문가가 못한 것을 해서 저도 상당히 놀랐는데요, 이렇게 구분이 될 수가 없으니까 각국에서는 한번 유전자 분석에 들어가 봤습니다. 한일 다 해봤고요.

2007년에는 미국 농무부가 나서서 유전자 조사를 해 봤는데요. 일단 두 나무가 이런 상당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종이다. 유전자적으로 다른 종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논쟁이 모두 다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아직 일본에선 소메이 요시노의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았고, 그리고 다른 종끼리 교잡된 것이다 보니 그 근본에는 제주도 왕벚나무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여전히 가능한 겁니다.

[앵커]

팔이 안으로 굽는다기보다도 아무튼 아까 왕벚나무 보니까 그 위세가 하여간 당당하던데. 조상일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두번째로 찍어봤습니다만. 아무튼 논쟁이 계속 진행 중인데 중국이 갑자기 끼어들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제 중국 벚꽃산업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그 관계자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허쭝루 집행주석/중국벚꽃산업협회 : 벚꽃의 역사를 보면 벚꽃의 고향은 중국입니다. 당나라 때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러니까 히말라야 산맥 근처 중국 영토에 있던 벚꽃이 전세계로 퍼졌다는 건데, 중국식물학회 이사도 "전세계 야생 벚나무 중 상당수 원산지가 중국이다. 지금 한일 양측이 원산지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둘 다 그럴 자격이 없다" 주장했습니다.

[앵커]

완전히 판을 엎는 이야기인데, 타당성이 있는 주장입니까?

[기자]

앞서 보셨던 것처럼 벚꽃산업협회 화면에 나오는 꽃들은 왕벚나무가 아닙니다. 지금 논쟁이 되고 있는 왕벚나무 말고, 그냥 벚꽃 전체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마치 인류 최초의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우리 모두 사실은 아프리카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겠죠.

저희가 중국 학계에서 운영하는 식물사전에 들어가 봤더니, 정작 자신들도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이렇게 일본과 한국(제주도)이라고 표기해 놓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 전문가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최익영 교수/서울대 그린바이오연구원 :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이 얘기하는 건 얼마든지 일반인 차원에선 할 수 있죠. 저는 이 분(허쭝루 집행주석) 잘 몰라요. 논문을 이쪽으로 얼마나 연구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런 주장이) 어디 논문에 있다거나 보고가 되었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으니까요.]

[앵커]

이분은 잘 모른다고 하시네요.

[기자]

아는 사람이, 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듣보학, 듣도 보도 못한 학자,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뜬금없이 나온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서로 원산지 주장하는 게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무슨 실익이 있길래 이렇게 3국이 각자 나서고 있는가. 뭡니까?

[기자]

2011년 나고야 의정서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는데요. 나고야의정서에서 생물자원 제공 국가와 이익공유에 대한 합의가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특정 식물로 제품을 만들어서 팔았을 때 이익을 얻었다면 원산지 국가에 로열티를 내야 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원산지를 명확하게 하는 게 앞으로 중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원산지 결정됐다고 딱히 금전적으로 물질적으로 얻을 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아무래도 정서적인 그런 요인이 더 크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군요. 그런데 대개 벚꽃, 일본말로 사쿠라 하면 좀 왜색문화, 이런 것을 더 나타내는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그때는 사실 자잘한 사고도 있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에 60대 노인이 서울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을 왜색문화라며 6그루 베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벚꽃은 일본의 나라꽃이 아닙니다. 일본 왕실은 오히려 국화를 상징으로 쓰고, 일본에는 나라꽃이 없습니다.

이번 취재 하면서 많은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벚나무의 태생을 일본으로 보는 것은 문화적인 문제다" "우리도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조언들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에 국적이 있겠느냐, 그냥 즐기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진해 군항제가 내일부터 시작되고, 여의도 윤중제는 10일부터입니다. 꽃의 국적을 신경 쓰기보다는, 누가 더 그 꽃을 잘 즐기느냐, 이에 따라 국적도 결정되는 것 아닐지 싶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벚꽃 얘기, 공부 많이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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